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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패닉은 다스렸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금리인하 조치로 주식시장의 투매는 진정된 듯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0.75%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RB는 특히 지역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질 것을 염려했다. 중소기업은 미국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일자리가 현재 주택경기 침체 및 신용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FRB의 이번 조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FRB의 결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FRB 스스로가 시장의 공황 상태를 인정하며 금융기관 및 주식 투자자들에게 추가 조치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이번 금리인하 이전에도 FRB가 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이 FRB의 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가 금리를 인하하는 시점까지 말을 좀더 아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유럽중앙은행(ECB)과의 공조를 통해 이뤄졌으면 시장의 신뢰를 더 많이 얻었을 것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현재까지 FRB의 금리인하 조치에 공조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아직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FRB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번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등 상품선물시장은 이미 올해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FRB가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FRB는 추가 금리인하를 생각을 갖고 있다면 가능한 빨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시장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버냉키 의장은 의회ㆍ월가ㆍ투자자들 등 모두에게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확실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금리정책은 신중하면서도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 실패로 돌아갈 경우 더 큰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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