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적 원유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시장은 허리케인이 미국을 비켜가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안도감은 그릇된 것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관료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들이 10년 후에는 국제 원유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고유가에 대한 인식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는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
유가는 현재 OPEC의 한계에 달한 생산 여력과 미국과 인도, 중국 등의 수요 급증에 따라 급증 추세에 있다. 공급 부족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수요와 관련해서는 각국이 단기적인 정책을 써서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중국에서는 강력한 석유사용 감축정책으로 수요감소의 징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가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유수요 증가를 보면 OPEC이 오는 2020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현재 2,000만배럴에서 5,000만배럴로 늘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늘어난 생산량 중 절반 이상은 사우디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이미 사우디는 현재의 수요량을 맞추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현실인 셈이다.
그런데도 세계는 여전히 공급 측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석유업체들은 서아프리카 일대와 그 외 지역들을 통한 원유증산 가능성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악천후로 인한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로열더치쉘 등이 각각 멕시코만과 러시아에서의 유전개발 사업을 장기간 연기하게 됐다. 이런 와중에 중동 지역은 여전히 세계 원유수요의 3분의2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고유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해 수요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급량 조절만으로 유가를 잡겠다는 것은 이제 무리한 발상이다. 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위기 인식만이 고통스러운 에너지 효율책을 도입, 석유 수요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