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 버블붕괴 알리는 '탄광 카나리아' 일수도"

■ 밀컨 컨퍼런스

월가 거물들 선진국 채권 투자 위험성 경고

펀더멘털 개선없인 자산가격 오를 근거 없어

신용거품 꺼져도 시장전반 붕괴까진 안갈 것

27일(현지시간) '변동성의 귀환, 탄광 속 카나리아'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사회자인 질리안 테트(왼쪽 세 번째)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장의 모두발언을 알렉산더 프리드먼(왼쪽부터) GAM홀딩스 최고경영자(CEO), 조슈아 프리드먼 캐니언파트너스 공동설립자,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 앨런 하워드 브레번하워드 공동설립자, 캐리 라스롭 씨티그룹 글로벌신용시장 수석이 듣고 있다.

월가 거물들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는 게 신용버블 붕괴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일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선진국 회사채, 유럽 국채 중심으로 위험투자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조만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갱도에 데리고 들어간 것을 빗대 어떤 위험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를 나타낼 때 쓰인다. 다만 이들은 일부 자산에서 신용 거품이 꺼지더라도 지난 2008년과 같은 시장 붕괴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현지시간)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 첫째날을 맞아 '변동성의 귀환, 탄광 속 카나리아인가'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에서 조슈아 프리드먼 캐니언파트너스 공동설립자는 "기업대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 시스템의 신용 버블이 과도하다는 게 명백하다"며 "지금 고위험·고수익 채권 등에 대한 리스크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오른 자산가치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조정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게 아니라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조슈아 해리스 공동창업자도 "주식·채권 등 모든 자산이 과대평가돼 있다"며 "투자 대상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올 들어 수익률이 급락한 독일 등 유럽 국채를 최대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유럽의 마이너스 국채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지난해 9월 1조유로에서 최근 2조8,000억유로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만큼 투자가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는 뜻이다. 헤지펀드인 브레번하워드에서 270억달러를 운용하는 앨런 하워드 공동설립자는 "유럽 국채가 너무 비싸다"며 "국채를 산 뒤 유럽 국가에 거꾸로 금리를 지급하는 행위는 단지 미친(crazy) 짓"이라고 비꼬았다.

최근 '채권왕'인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매니저와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마크 키에셀 부사장도 "유럽의 마이너스 국채는 명백한 버블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국제유가 반등이 에너지 시장의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돈 잔치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푸칠로 솔루스대안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원유 수요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근거해 원유·천연가스 투자가 과도하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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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 '큰손'은 버블 증가 우려에도 유럽 국채를 제외한 시장 전반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순식간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의 캐리 라스롭 글로벌신용시장 수석은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기회를 엿보던 많은 투자가들이 시장에 들어갈 것"이라며 "특히 보험사·연기금 등 낮은 수익률에 만족하는 기관들이 시장 충격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자산가격이 더 올라갈 근거가 없다"면서도 "연준이 오는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가장 느슨한 긴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최소한 2년간은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알렉산더 프리드먼 GAM홀딩스그룹 CEO의 설명이다.

또 이들 월가의 대형 투자가는 미국의 증시와 채권, 유럽·일본 주식은 아직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하워드 공동설립자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경기부양책 효과로 적어도 올해는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 채권·증시 모두 유망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라스롭 수석은 "미국 회사채와 국채가 비싸 보이지만 최소한 유럽보다는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주식에 대해서도 ECB의 양적완화로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게 프리드먼 CEO의 분석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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