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감원등 행정 대수술/올 회계연도 적자 450억불내외/74년이후 최저수준 전망미국경제가 7년째 장기호황을 누리고있다. 지난 2·4분기에는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하락했지만 높은 성장잠재력은 유지될 전망이다. 창간특집(1일자 45,46면)에 이어 미국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구가하고있는 비결과 교훈 등을 정부, 기업 등 분야별 현장취재를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무원의 사무비용을 점검해보고 깜짝 놀랐다. 조그마한 스테이플 한개가 54달러, 속달우편 요금이 3파운드당 27달러나 됐다. 시중 가격보다 엄청나게 비쌌던 것은 물론이다.
연방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는데 행정부 공무원들은 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조달 방식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등 물자구매 방식을 바꾸어 보았더니 스테이플 가격은 한개에 4달러, 속달우편 요금은 3.62달러로 떨어졌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미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침몰하는 미국호의 상징이었다. 피크였던 지난 92년 미국 재정적자는 2천9백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9%에 달했다. 누적 적자는 95 회계년도말 현재 GDP의 67.9%에 이르는 4조9천2백10억 달러로 불어났고, 연간 이자지급액만도 2천3백22억 달러로 총재정지출의 15%를 넘어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레이건부시로 이어지는 역대 공화당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반면 씀씀이를 늘리며 선심을 쓴 결과였다. 결국 미연방정부는 빚더미 위에 올라섰고,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고금리달러강세무역적자 누적의 악순환에 시달리면서 경쟁력 쇠퇴 과정을 밟고 있었다.
10여년 장기집권한 공화당 정권을 패배시키고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가 최우선으로 들고 나온 경제정책이 재정적자 해소였다. 클린턴행정부는 세입을 늘리고, 국방비와 복지비용등 세출을 줄이는등 거시정책에 일대 수정을 단행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스스로 과감한 행정개혁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섰던 점이다. 골자는 「작은 정부」, 즉 정부의 다운사이징이었다. 정부 스스로가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율인상과 복지예산 축소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수 있었다.
3년만에 2백19만명에 이르렀던 연방공무원중 11%인 24만명을 줄였고, 앞으로도 오는 99년까지 추가로 3만여명의 공무원의 옷을 벗길 예정이다. 지방에 설치한 연방행정기관 2천여개, 불필요한 정부사업 2백여 가지가 폐지됐다. 세금을 걷는 국세청(IRS)마저 도마위에 올려놓고 있다.
굳이 정부가 나서서 세금을 걷기보다는 민간 법률회사나 사설 징수기관에 의뢰하면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노력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96년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규모는 1천70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4백50억 달러로 축소될 전망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올회계연도엔 지난 74년 이후 처음으로 1%대 이하인 0.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누리는 이면에 정부가 앞장서서 군살을 뺌으로써 방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는 고통이 있었던 것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