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경제 "침체 본격화 하나" 우려 증폭

미국과 일본 경제가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계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미국과 일본 경제의 경기 둔화는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그러나 증시 동향을 비롯 최근 드러난 양국의 실물경제 지표들은 둔화를 넘어 이미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증폭시키며 아시아 등 세계 지역 경제를 주름지게 하고 있다. 특히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과 일본 주식 시장은 이 같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확산되며 시장 분위기를 짓누르는 양상이 전개됐다. ◇미국 27일 미 나스닥 지수의 급락은 무엇보다 미국 경제 상황이 실제 알려진 것보다 더욱 나쁘며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보다 커지고 있다는 시장 분위기로 인해 촉발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간주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이날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못미친 106.8로 지난 96년 6월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무려 다섯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내구재 주문량도 항공기와 전자 부품의 수요 격감으로 지난 99년 6월이래 19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 같은 경제 지표들을 두고 월가 일부에서는 경기 둔화세가 가속화되며 미국이 사실상 경기 침체의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는 주장이 급속히 제기됐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월가는 물론 일부 정부쪽 인사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든슨은 이와 관련 "소비자 신뢰지수의 기대 지수는 헤드라인 지수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의 선행지표로 설명력이 뛰어나다"며 "기대 지수의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가량으로 추정돼 경기가 이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올 여름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4%까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로렌스 린지도 이날 감세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CNBC 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미국의 경기 둔화세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사실상 미 경제가 경기 침체의 문턱에 다달았음을 간접 시인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속 27일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이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에 대한 월가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월가는 현재 경기 추락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서 금리 인하를 통화 당국이 다음달 연방공개위원회(FOMC)때까지 유보할 경우 뉴욕 증시 나스닥 지수의 2,000대 붕괴는 시간 문제란 견해를 보이며 FRB의 결단을 촉구했다. ◇일본 미국의 가파른 경기 둔화와 각종 경기지표의 악화, 여기에 정치 불안까지 겹친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지경에 빠졌다. 얼마 전 지난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6%에 그쳤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4년만의 무역수지 적자, 체감경기 급락, 28일의 산업생산 급락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일본의 경제 당국이나 언론이 발표하는 경제 지표는 온통 잿빛이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이날 발표한 산업생산지수가 지난 95년 현행 기준이 마련된 이후 뿐 아니라 90년대 들어 유례없는 낙폭을 보였다고 분석, 경제를 보는 시선을 한층 어둡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 경기의 침체 우려는 경제 성장을 수출에 의존하는 일본 경기에 한층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은 이미 48개월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미 경기 침체의 파장을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1월중 산업생산이 근 10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미국에 대한 수출이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앞으로 미국이라는 외부 악재는 일본에 대해 강도높은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ㆍ외에서 불안 요인만 터져나오자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특히 2월 마지막날인 이날 닛케이 지수가 1만3,000엔에 이어 1만2,900엔을 밑돌며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던 '3월 금융위기설'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닛케이 지수가 1만3,000엔대 밑에서 맴돌 경우 주식 보유가 많은 일본 금융계는 증시에서 불거지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97~98년에 이어 또 한차례의 위기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무디스에 이어 최근 국제 양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에서 한 단계 낮춘 것은 해외 투자가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일본 경기가 이처럼 불안한 지경에 빠지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신을 무색하게 만들자 전문가들 사이에는 통화당국인 일본은행이 오는 4월께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일본은행이 발표할 1ㆍ4분기중 단기경제관측(단칸)지수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날 경우 제로금리 재도입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현종기자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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