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가 11일 이명박 당 대통령 후보의 기자회견에도 가시적인 협력 방침을 내놓지 않아 당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지만 당 화합책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라며 “박 전 대표의 즉각적인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이 후보측은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놓았다”며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 교체에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망론= 이 후보측은 박 전 대표의 ‘침묵’ 속엔 이회창 전 총재와 이 후보 사이에서의 저울질을 넘어 본인의 대권 의욕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은 한국 정당사에 남을 용단”이라면서도 “주변에서 박 전 대표를 대선 협조보다 후보 유고 가능성 쪽으로 몰아가는 움직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경선에서 패한 이는 대선 본선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BBK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가 이달 중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어서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한나라당 당헌에는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 당원권이 정지돼 대선 후보 자격 시비가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후보 유고나 합의에 의한 분당 등의 경우엔 경선 패자도 대선에 나설 수 있다.
박 전 대표 본인이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라면 이명박-이회창 어느 쪽에 대한 지지 의사도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 후보 유고시에도 박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는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건의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망론’을 반박했다.
◇대주자론= 선거법상 박 전 대표가 자력으로 직접 대선에서 뛸 수는 없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이 전 총재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솔직히 이 후보보다 이 전 총재가 선전하는 게 대선 후 총선 지분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은 든다”며 “박 전 대표 본인은 지분 생각을 안 하더라도 주변 인사들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전 대표측 일부에서는 이 전 총재 집권시 내각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극적 반전?= 대망론과 대주자론은 사실상 경선 불복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는 ‘침묵’ 정도의 소극적 행보로는 경선 불복을 논할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표가 극적으로 이 후보에 대한 협력 의사를 밝혀 반전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표 캠프 출신 인사는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다고 해서 박 전 대표가 바로 다음날 (대구경북필승대회) 행사에 참석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신중한 검토 끝에 협력 의사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지원 행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