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김종철 TNT코리아 대표이사

"일 강요보단 회사가 직원에게 뭘 해줄 것인가 고민하죠"<br>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 CEO보단 모범선배로 통해<br>정규직-비정규직 임금差 2% 불과… 업무효율 좋아져<br>60개국 지사중 고객만족도 1위 비결은 "칭찬과 소통"



지난 21일 오후 찾아간 곳은 서울 공항동에 위치한 TNT코리아 본사의 김종철(54) 대표이사 집무실. 집무실 한쪽 벽면의 거치대에 놓인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포스터는 TNT코리아의 상징인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하나같이 김 대표에게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사진으로 꾸며졌다. 물론 직원들이 의례적으로 만든 포스터일 수 있지만 김 대표와 첫 인사를 나눈 후 이 포스터의 존재 이유가 느껴졌다. 김 대표는 겉모습은 부드럽지만 속은 단단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2006년 5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올해로 5년째 TNT코리아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보다는 모범 선배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993년 회사에 입사한 후 인사·마케팅·세일즈 등 물류업무 전반을 도맡으며 13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TNT코리아 직원들의 신화인 셈이다. 김 대표는 이런 시선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일만 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면서 "평사원이던 나를 대표로 임명한 것도 회사가 직원에게 베풀어준 일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성장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회사에 오면 마음이 편하고 동료들과 정을 쌓을 수 있는 행복환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물류사업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저절로 성과가 잘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 그는 직원과의 소통 비결로 "가능한 한 부하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잘한 부분을 찾아 격려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가장 강조하는 데에서 김 대표의 인생관이 묻어난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칭찬과 함께 보상도 확실히 챙기는 편이다. 특히 비정규직과 정규직 직원 간 임금 격차를 98% 수준으로 줄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차이가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특히 현장 배송 직원의 업무 태도가 달라졌다. 김 사장은 그 일화를 소개했다. "우편이나 화물 등을 접수하는 기업체 물류 사무실은 지저분한 편입니다. 하루는 문서 배송을 나간 우리 직원이 사무실을 정리하는 거래처 직원을 도와 청소를 같이 해줬습니다. 시간과 싸우는 배송 직원들은 보통 본인의 일만 처리하면 곧바로 다른 일정을 챙기기 마련인데 우리 회사 직원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 거래처를 챙긴 거죠. 거래처의 눈길도 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사 대표들도 TNT코리아의 현장 직원들을 칭찬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고 김 대표는 웃어 보였다. TNT코리아의 고객만족도가 우수하다는 것은 네덜란드 TNT 본사 조사에서도 입증됐다. TNT코리아는 지난해 본사가 전세계 60여 개국 지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유럽ㆍ일본ㆍ미국 등의 쟁쟁한 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자신했다. 국내 특송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유럽ㆍ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해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한국 특송 시장은 2008년 12.6%와 2010년 11.0%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같은 기간 전세계 특송 시장은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올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공세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온습도에 민감한 임상시험용 샘플 및 바이오 의약품을 배송하는 '클리니컬 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의약품 배송의 경우 단 1도의 온도 변화에도 매우 민감해 온습도 모니터링 시스템 및 특별 포장 기술과 함께 전문인력이 필요한 까다로운 분야"라며 "TNT코리아는 헬스케어 전담 팀을 꾸리고 있고 이미 국내 도입 10여 년의 노하우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바이오 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서울 불광동 청사를 충남 오송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에 의약품 배송을 전담한 것도 TNT코리아였다.
"고객 기대 뛰어넘는 서비스가 성장 원동력"
■ 김 대표의 경영철학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 그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김종철 TNT코리아 대표는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것이야말로 조직의 성공을 이끄는 가장 완벽한 전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TNT코리아는 별도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달 'CE 스타상'도 시상하며 전임직원의 고객 중심 마인드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김 대표의 경영관은 해군 장교 시절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장교로 근무하면서 부하직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군 정보장교로 11년간 복무했다. 주로 한미 연합사령부와 해군 본부 등에서 군생활을 보냈다. 그는 지난 1992년 대위로 제대한 뒤 이듬해 서른 중반의 나이에 TNT코리아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인사ㆍ마케팅ㆍ경영관리 등 재무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TNT맨'의 전형이다. 김 대표는 '누구나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를 원하는(Always with TNT) 가장 좋은 회사(The Best Company)'를 비전과 모토로 삼고 있다. 환경개선에도 관심이 높다. 항공기ㆍ화물차 등의 운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 TNT코리아는 최근 서울시에서 권장하는 E바이크 두 대를 추가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오토바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3~4시간 충전에 70㎞까지 주행이 가능해 연료비 절감과 함께 무매연·무소음 성능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김 대표의 취미도 자연과 어울리는 등산이다. 등산을 즐기는 직원들과 함께 사내 산악 동호회를 구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원들과 전국의 유명한 산을 돌며 자연을 벗삼아 함께 땀 흘리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면서 "회사의 경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대표는
▦1957년 경남 하동 ▦1981~1992년 해군 정보장교 ▦1993년 TNT 차장 입사 ▦1994년 TNT 마케팅ㆍ세일즈 총괄이사 ▦1996년 TNT 업무부 총괄이사 ▦2002년 TNT 로지스틱스 총괄상무 ▦2006년 TN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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