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4월 21일] 李대통령 美 방문의 의미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백악관을 위시한 미국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 및 미국 언론들이 한결같이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라는 이곳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한국의 대북정책 등 여러 가지 엇박자 때문에 한미관계가 분명히 소원해졌음은 워싱턴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의 많은 언론 보도들이 한미관계의 긍정적인 면만을 애써 강조하면 할수록 워싱턴에 오래 살고 있는 한국 교포들은 지난 10년간 미국의 싸늘해진 냉기류를 피부로 느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의 한국 대선은 이러한 워싱턴 분위기를 180도 바꿔버렸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굳건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 자신이 직업 정치가가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 경제 기적에 직접 공헌한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라는 경력이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미국 사회에 크게 어필했다. 사농공상의 봉건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크게 존재하는 한국 사회와는 달리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신뢰도가 각별한 미국사회에서는 성공한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 같은 지도자에게 첫 인상부터가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돼 부시 대통령 내외의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거의 40년간 워싱턴에 살아오면서 여러 한국 대통령들의 방문을 관찰해온 필자는 필리핀 같은 별볼일없는 나라들의 정상들에게도 화려한 백악관 만찬으로 크게 영접하면서도 한국전과 베트남전에서 함께 싸웠던 소위 혈맹국인 한국 대통령에게는 백악관 점심 한번으로 때워버린 것을 보고 적잖이 자존심 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로라 부시가 친히 준비한 만찬으로 이 대통령 내외를 융숭히 접대하고 하룻밤을 두 나라 정상이 별장에서 함께 지냈다. 그 다음날 정상회담을 마치고 다시 오찬을 대접했다니 실로 오랜만에 한 사람의 교포로서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21세기 전략동맹 구축, 북핵폐기 공조, 한미 FTA 조기발효 추진, 주한미군 추가감축 백지화,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 같은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보다도 이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과 함께 그동안 소원해진 한미관계가 다시 긴밀한 전통적 우호관계로 복원됐다는 사실이 길게 보면 훨씬 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워싱턴 교포 간담회도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5년 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처음 워싱턴 방문 때는 멀리 캐나다에서까지 몰려온 북미주 노사모 회원들이 다수 초청돼 노란 손수건들을 흔들며 저들만의 요란한 구호 외쳤기 때문에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각기 생업에 몰두 해온 다른 교포 참석자들은 옆으로 밀려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 내외분을 이번에 환영한 이곳 교포들은 그분들 역시 옛날 워싱턴에서 함께 살았으므로 더욱 다정한 마음으로 영접하는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이 인사말에서 10년 전 본인이 가장 어려웠을 때 따뜻하게 대해줬던 워싱턴 교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긴다고 했는데 이것은 분명히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이곳 교포들은 믿을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찾아 온 워싱턴의 4월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뉴욕ㆍ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미국의 큰 도시들과는 달리 12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시 전체가 마치 큰 공원인 것처럼 수목과 잔디밭이 산재해 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시가지를 휘황찬란하게 장식한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다가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에 파견된 우리나라 외교관들과 가족들도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워싱턴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을 자주 들었다. 아무쪼록 이 대통령이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대로 우리 경제에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이뤄 선진화의 기초를 확실히 다진 후 5년 뒤에 야인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편한 마음으로 워싱턴의 봄꽃을 구경하러 오시기를 이곳 교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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