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위에 개띠 등 통산 21개월째 롱런연극 관계자들이 말하는 극장 예술의 미래는 정통 연극과 뮤지컬의 두 갈래로 나뉜다.
뮤지컬이 요새 앞 다투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돈, 자금을 쓸어가는 반면 정통 연극을 내세운 극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학로에도 베스트셀러는 있다. 잘 짜여진 구성과 기획력으로 해수를 넘겨 장기 공연되고 있는 '용띠위의 개띠'와 '라이어'가 그것이다.
짜임새 있고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극 구조, 기본적인 훈련이 돼 있고 몸을 사용하는 감을 아는 출연 배우. 평일에는 40~50명, 주말이면 170여명의 관객이 지치지 않고 들어 찬다. 홍보력 덕택이 아니라 입소문을 듣고 몰린 관객들 때문이다.
두 극단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먼저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주변에서 보는 듯한 평범한 분위기는 관객의 시야에서 멀어졌던 연극을 한층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좋은 작품이라면 외면 받지 않는다는 평범한 문장이 떠올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랑씨어터의 '용띠위에 개띠'
탄탄한 극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올 초 설날 특집극으로 TV드라마화 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26일부터 지금까지 무기한 공연 중이며 1차공연 포함 21개월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제작ㆍ연출과 동시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이도경은 '불 좀 꺼주세요'로 창작극 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3년 6개월간 20만명을 동원한 이 공연 뒤 '기록을 갱신할 자신이 있다'며 내세우고 있는 연극이 바로 '용띠위에 개띠'다.
작품의 줄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내기로 결론을 내리는 공통점을 지닌 52년 용띠 나용두와 58년 개띠 지견숙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취재차 만화가인 나용두를 방문한 잡지사 기자 지견숙은 야구중계를 보다 한 선수의 출신 교를 놓고 내기를 하게 된다.
조건은 이긴 사람의 요구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 결국 승리한 나용두의 소원대로 두 사람은 결혼에 이르며 문화적 차이로 이견을 보일 때마다 역시 내기를 해 승자에게 선택권을 준다.
얼음 위에 오래 서 있기나 63빌딩 한 달 전기세를 맞추는 사람에게 아파트 딱지를 사는 선택권을 주는 식이다. 언뜻 코미디극 같지만 임신, 지견숙의 병 등으로 극이 전개되면서 감동 역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지난 7월 17일부터 지견숙 역을 박은주에서 백채연으로 교체, 괄괄하고 적극적인 지견숙 상을 정립해 가고 있다. 평일7시30분, 토요일4시30분ㆍ7시30분, 일ㆍ공휴일 3시30분ㆍ7시30분, 월~화 공연 쉼, (02)767-1717.
◇파파 프로덕션의 '라이어'
두 집 살림을 하는 남자 존 스미스가 우연한 기회에 이중생활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자 이를 친구 스탠리에게 고백하고 무마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허나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아 종내엔 존과 스탠리를 호모로 만들고 마주친 두 부인이 서로를 수녀와 여장남자로 오해케 한다.
결국 난맥에 빠진 상황에서 존이 마지막에야 진실을 고백하건만 이는 모두에게 거짓말로 귀결된다. 거짓말은 기막히고 진실은 어설픈 셈이다. '이보다 웃길 순 없다'는 게 공연을 본 관객들의 한결 같은 평.
실지로 객석에선 10초마다 한 번쯤은 포복 절도할 만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배우들은 가정이 붕괴되는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괴로울 정도의 긴장감을 지닌 채 작품에 임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적 연기가 관객을 웃게 만드는 힘이 된다.
9월 23일로 1,000회 공연을 맞으며 10월 17일까지 대학로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 공연된다. 극단측은 '돈'을 주제로 한 '라이어2'를 기획, 무대에 올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연극으로는 드물게 원작자 레이 쿠니와 계약을 맺고 공연에 들어갔다. 화~일 7시30분(금~일 4시30분 추가), 샘터 파랑새극장, (02)747-2090.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