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급속히 둔화되는 와중에 최근 글로벌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신흥국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최근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소비 가운데 식품구입 비중이 높은 개도국이 갑작스러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했다"며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등의 정책선택이 제한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가들은 선진국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도 경기부양책 가동의 여지가 높은 신흥 경제국에 투자해 10%가량의 수익을 올려왔지만 점차 고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마르턴얀 바쿰 신흥시장 전략가는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다가 지난 몇주 사이 식료품 가격이 대폭 올랐다"며 "식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신흥시장 전반의 투자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요 산지인 미국의 가뭄에다 유럽 폭염이 겹치면서 밀과 옥수수ㆍ콩 등 작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밀 가격이 6월 이후에만 42% 급등한 것을 비롯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가격은 6월 중순 이후 51% 올라 사상최고치인 부셸당 8달러까지 치솟았다. 콩 가격도 올 들어 29% 상승해 사상최고가인 부셸당 16.915달러를 기록했다.
바쿰 전략가는 "특히 중국과 인도ㆍ인도네시아ㆍ러시아 등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라며 이들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최근의 곡물가 급등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10%를 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5%대로 급락한 인도에서는 일찌감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왔으며 중국에서도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압력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2.2%로 전월 대비 대폭 낮아졌지만 최근의 수입곡물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는 3ㆍ4분기 후반부터는 경기둔화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정치권의 극심한 규제정책의 여파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거나 진입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씨티그룹은 24일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올해 -1.7%로 추락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르헨티나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의 저성장이 올해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과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