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4 한국인 재테크] 채권→주식·예금→펀드로 중심 이동

펀드가입률, 은행이 증권사보다 오히려 높아…증권자산 비중 17.1%로 1년새 0.9%P 상승



수십년간 이어져온 한국인의 재테크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안전한 채권 대신 리스크를 감수하는 주식을 선호하고, 증권사 대신 은행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확정이자를 주는 예금 대신 예금이자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기대하며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고령화와 저금리 시대를 맞아 갈수록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펀드평가가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펀드구매 형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은행을 찾은 고객의 7%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증권사를 통한 가입비율 6%보다 1%포인트 앞섰다. 또 은행에서 펀드를 구매한 고객의 60%가 개인으로, 증권사의 개인고객 비중 24%보다 2.5배 많았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적립식 펀드 판매에 집중하면서 ‘주식투자는 증권사를 통한다’, ‘주식투자는 위험하다’는 상식이 깨진 것이다. ‘펀드투자 -> 적립식 -> 주식저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으로 저축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은행으로 몰렸고, 적립식 펀드 판매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올들어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이어왔던 채권가격의 가파른 상승행진도 멈췄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의 지난 1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75%로 손실이 났다.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채권형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서 지난 1월 한달 동안에만 2조6,5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성장형 펀드는 평균 5.6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1,874억원이 증가했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재테크 성향이 직접에서 간접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면서 운용사들도 흐름에 맞춘 다양한 주식형 적립식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개인들이 주식ㆍ파생상품 등에 직접투자하면서 수익이 안 나자 간접투자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시중 실세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면서 예금과 펀드에 대한 선호도 바뀌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들의 보유자산 중 현금 및 예금 비중은 2003년말 60.3%에서 지난해 9월말 58.8%로 감소한 반면 주식ㆍ출자금ㆍ수익증권ㆍ채권 등 증권자산 보유비중은 16.2%에서 17.1%로 증가했다. 이중 펀드 보유비중은 4.8%에서 5.6%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말 이후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 중에는 확연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말 현재 가구 당 수익증권 보유계좌 수가 0.3계좌로 미국(1.7계좌)의 5분의1 수준에도 못 미쳐 증가 폭이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금융자산 중 현금과 예금 비중이 높아 노령화 사회에 대한 가계의 대응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미국의 증권자산 보유비중이 53%로 우리나라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점차 증권자산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