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년특집] 벤처 신.구세대가 만난다

대담자: 鄭文述 미래산업사장金泓中 디렉션넷사장 (숭실대 창업지원센터 입주업체) 대망의 2000년이 시작됐다. 한편으로는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변화가 닥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시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1세기는 디지털기술로 구현된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벤처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들이야말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소화해 내고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하드웨어 분야에서 벤처업계를 이끌어 왔던 정문술(鄭文述) 미래산업사장과 새롭게 떠오르는 E-비즈니스의 신세대 벤처사업가 김홍중(金泓中) 디렉션넷사장의 대담을 통해 앞으로 벤처기업의 전망과 과제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정문술사장=2000년을 맞이해 사람들마다 구시대가 가고 새시대가 온다,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야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시기를 보다 냉철하게 봐야 합니다. 미래가 현재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듯이 미래 역시 현재의 계속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새천년에는 정책도 달라지고 지원도 많아질 것이라며 외부적인 환경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러한 생각은 떨쳐버려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환경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느냐 입니다. 모든 문제는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남이 변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홍중사장=鄭사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000년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변해왔지만 앞으로는 그 폭과 정도에 있어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질 것입니다. 산업의 개념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산업이라고 느끼지도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중요업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지난해 국내 최대의 흥행작 「쉬리」같은 영화나 스포츠마케팅이 활성화되는 등 각 분야가 모두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돼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2의 산업혁명입니다. 鄭=변하고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행복과 부(富)가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각 나라의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최빈국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선진국들에서는 오히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예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가장 많은 부를 보유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만이 가치를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자신이 타고난 분야에서 자신의 일에 빠져들 때 가능합니다. 저는 항상 미래산업 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직장은 행복을 추구하는 장이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마지못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골든타임입니다. 특히 대부분이 20~30대의 한창일 때는 더 그렇습니다. 이시간은 받드시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하고 승리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앞으로의 사회는 이러한 사람들이 주도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이 자신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가 돼야 합니다. 프로는 자신의 일에 목숨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목표는 기획실이나 사장이 세워서 내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는 지났습니다.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에 따라 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프로정신과 자율성이야말로 앞으로 산업을 이끌어나갈 주요한 기둥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서로 다른 능력이 있습니다. 이들이 모이면 일당백이 됩니다. 그리고 이속에서 창조가 나옵니다. 모방하면 기교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잘해서는 1등을 할 수 없습니다. 金=대학교나 도서관에서 가보면 5년의 앞날을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두들 촉박하고 급박함에 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계무대에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부각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절대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기존세대의 경험과 연륜이 젊은이들의 패기, 도전정신과 접목돼야 합니다. 요즘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젊은 제가 보기에도 숨찰 지경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쟁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오일쇼크와 같은 것도 몸으로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전쟁이라고 겪은 것은 컴퓨터 오락같았던 걸프전쟁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IMF를 겪으면서 鄭사장님 같은 분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극복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신세대의 패기가 결합하면 세계 어디에 나가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鄭=윤리적인 문제도 앞으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기업의 원천은 윤리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단합이 되고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윤리적인 시스템을 못만들어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열심히 땀흘리는 것이 성과로 연결돼야 합니다. 저는 창업한 이래 원칙이 있습니다. 친인척을 절대 회사에 못들어오게 하는 것, 회사돈을 개인의 용도로 한푼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도 따라오게 됩니다. 기업은 예술과 비슷합니다. 이익을 따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너무 돈만을 밝히면 크게 성공하지 못합니다. 화가는 가난하고 고생할 때 좋은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 안정이 되고 수요자에게 영합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퇴보하게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큰사업을 하는 사람은 남과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실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바로 욕심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96년에 상장할 때 공모가가 4만원에 결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10월부터 공개제도가 바뀌어 공모가를 자율화했습니다. 그때 주관사에서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다시 가격을 정하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거부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돈을 모을수는 있겠지만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미래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고 주가에도 반영이 되는 등 오히려 득이 됐습니다. 金=기업내부의 윤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간의 윤리입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윤리·도덕적인 문제도 지적돼야 합니다. 인터넷사업을 하면서 많이 보아온 것이 젊은이들이 고생하면서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시장을 형성해 놓으면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과 마케팅력을 내세워 침투해서 장악해 버립니다. 이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한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창업투자회사를 찾아가서 얘기를 하면 모두들 아이디어는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물어보는 것이 대기업이 똑같은 서비스를 가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이렇게 돼서는 결코 젊은 기업과 새로운 시장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잡아먹을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공존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도 언제까지 국내에만 안주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세계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세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이렇게 하면 상호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鄭=최근들어 벤처창업이 매우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정부에서 벤처기업을 2만개 육성한다고 했을 때 무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세가 돼 있습니다. 이는 대단히 희망적인 사건입니다. 한국의 희망은 벤처기업에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원의 불길처럼 창업열기가 일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됩니다. 벤처를 한다는 사람들이 너무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IT)를 예로 들어보죠. 진입장벽이 없고 소자본에 소수인원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젊은이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이쪽으로만 몰리는 것은 문제입니다. 냉정하게 정말 자신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부화뇌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무리를 지어 바람이 부는대로 결정하고 창업하는 것은 자칫하면 비극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군중심리에 휩싸이지 않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라이코스코리아에서 인터넷사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가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묵은 장」, 즉 성실히 상도의를 다하면서 기다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남의 것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것은 상도의가 아닙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놓으면 오지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각 사이트마다 회원을 모으기 위해 돈을 준다, 자동차등 경품을 주겠다고 하면서 감각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도 내용이 없으면 금방 빠져나가게 돼 있습니다. 金=요즘 인터넷 분야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장 먼저 시장을 형성하고 장악하는 업체만이 살아 남았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만 좋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만이 존재한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야후나 아마존등과 같은 기업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늦게 시장에 뛰어들어도 기술력이 뛰어나고 서비스가 더 좋으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더 고객지향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인터넷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이디어가 아닌 가장 편리하고 가장 쉽게 서비스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가가 생존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鄭=앞으로 산업전망을 보았을 때 단기적으로는 인터넷분야는 융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넷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사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정보의 유통과정을 책임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품질의 서비스와 유통과정의 축소에 따른 가격파괴 현상등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유통이 되기 위해서는 상품 자체가 좋아져야 합니다. 상품이 나쁘면 아무리 서비스가 좋고 가격이 낮아도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인터넷산업과 제조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산업의 접점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도 생성되는 것입니다. 현재는 E-비즈니스에 모두들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하드웨어쪽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은 아직 디지털시대에 들어와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金=아직까지 정보의 유통부족으로 E-비즈니스의 성장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鄭사장님의 말씀대로 그것이 유통만으로 흐른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부가적이고 추가적인 내용이 이분야에 적용되게 되는 것입니다. 극장에 가서 「타이타닉」을 보면서 이영화를 찍기 위해 어떤 필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단지 그필름에 내용과 생명력을 부여한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이분야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품과 콘텐츠를 개선하고 부가적인 서비스와 추가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면 앞으로도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송영규기자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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