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소액 카드대금이나 대출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200만~1,000만원인 임대주택보증금을 압류당하는 저소득층이 급증하고 있고 오랫동안 부어온 보험을 해약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이들의 보증을 서준 사람들이 빚독촉에 시달리는 등 `생계형 부실`의 파장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7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카드를 쓰거나 대출이자 등을 갚지 못해 임대주택 보증금까지 가압류당하는 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집계 결과 지난 1월부터 9월 말 현재 재개발임대주택 보증금 1,000만원이 가압류된 건수는 1,500여건으로 94년부터 2002년까지의 가압류 건수 2,900여건의 50%에 달했다.
또 보증금 150만~250만원인 영구임대주택의 가압류도 509건으로 같은 기간 1,871건의 27%에 이르렀다. 최저소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생활난이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서민들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받아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3개월 이상 이자 등을 내지 못한 주택보증사고율도 9월 말 현재 3.8%로 지난해의 0.3%보다 무려 10배 정도나 늘었다.
서민들의 고통은 관련소송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만원 이하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액사건` 수는 8월 말 81만5,0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량 늘었다.
서민들의 어려움은 결국 보험료 연체나 해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료 역시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 일부 계약자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아예 보험을 깨 해약환급금을 받아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4월부터 9월까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보험을 해약한 건수는 총 488만9,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4만2,000건보다 44만7,000건(10.1%)이 늘었다.
이밖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생계형 범죄` 건수도 크게 늘어 지난 한해 9,181건이던 것이 올들어 9월까지 8,033건으로 집계돼 올해 1만건을 넘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태준기자,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