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21일] 안 팔린다면 고객 인식 바꿔라

얼마 전 한 대형 백화점에 독일 쉼멜사가 만든 페가수스 그랜드피아노가 전시됐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피아노 가격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억원대 제품이다. 그렇다면 피아노가 왜 이렇게 파격적인 변신을 했을까. 사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누구나 한 대쯤 갖고 싶어하는 악기가 피아노다. 하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피아노라 할지라도 한 집에 두 대의 피아노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피아노보다 고가인 자동차도 한 집에 두세 대씩 있는 경우는 많지만 피아노가 두세 대인 경우는 전문학원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오래되면 교체하거나 버리기보다는 물려주기도 하고 중고시장에서 거래해도 그야말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피아노의 특징이다. 이런 피아노 산업의 특성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피아노는 5,000만대를 넘기기 힘들고 소비자의 지속적인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피아노 제작회사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야마하라는 회사는 악기 산업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키보드라 불리는 신시사이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함으로써 피아노를 대체하는 악기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접목, 신시사이저에 미디 전송 소프트웨어를 부착하고 화상 카메라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피아노 교습을 시작한 것이다. 직접 마주보고 앉아 손의 터치와 음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피아노 교습이 이제 전화선만 연결된다면 어느 곳에서나 편안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피아노는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의 도구가 될 수 있고 아이들의 감성지수(EQ)를 길러주는 고급 장난감이 될 수도 있다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 주효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 기존의 사고를 뒤엎는 발상이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결국 회사를 살려낼 수 있었다. 페가수스 그랜드피아노가 멋진 작품으로 변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아노는 고풍스러운 나무 무늬에 각이 져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곡선미를 강조한 화려한 디자인과 색상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라면 변신이 필요한 쪽은 안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을 모르는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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