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사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할 경우 비과세 기준(1인당 연간 5,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무조건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스톡옵션 지급액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취소한 첫 사례로 5,000만원 초과분에 무작위로 과세해온 당국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시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무조건 법인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어 스톡옵션 계약을 임직원에게 더 유리하게 맺을 수 있게 됐다. 20일 서울고법 행정4부(윤재윤 부장판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스톡옵션 지급액이 5,000만원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경정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행사주가, 주식 수를 정하는 등 증권거래법 등의 관계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1인당 5,000만원 이상의 스톡옵션계약에 따른 법인세 6,185만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법인세법에는 '(스톡옵션 등) 회사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법인의 소득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 법인의 사업연도 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스톡옵션을 장려하기 위해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법인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해왔다. 비과세 기준을 5,000만원으로 정한 것은 스톡옵션을 남발할 경우 회사 이익을 부당하게 축소시켜 법인세를 탈루하는 데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의 한 관계자는 "비과세 기준 초과분에 대해 과세 대상 여부를 따질 때는 스톡옵션 계약시 법인세 감경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스톡옵션으로 특수관계인에게 자기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5,000만원 이상 부분에 대해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기업의) 소명 없이는 세무서가 무작위로 과세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00년 회사 임원 A씨와 B씨에게 회사주식 3만주에 대한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하면서 행사가격을 주당 6,300원으로 결정했다. A씨와 B씨는 2005년 9월(주가 1만9,800원)과 11월(주가 2만 4,500원) 각각 스톡옵션을 행사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자기 주식 3만주를 교부했다. 회사 측은 이 과정에서 든 비용 5억여원을 자기주식처분손실로 처리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인당 5,000만원의 비과세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 2억5,000여만원에 대한 법인세 6,185만여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1인당 5,000만원이 넘는 스톡옵션계약이라도 부당하게 면세혜택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시 조세심판원을 상대로 법인세반환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한편 개인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차익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금액에 따라 6~35%까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