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영혼이 목마를 때 깊은 위안을 주고 미처 보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하는 혜안을 선사하기도 하며 우리 인생에 질적 변화를 일구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책은 일반인 뿐아니라 역사상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나 이 시대 명사들에게도 유의미한 인생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방송작가인 저자가 조국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시인 김용택,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 승효상, 영화감독 장진 등 각 분야 명사 15명의 서재를 방문하고 그들과 나눈 책과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진보 법학자 조국 교수의 서재는 특이하게도 붉은색 소파가 놓여있다. 법학이 주는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을 줄여 보려고 일부러 붉은색을 선택했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의 서재는 일관된 규칙이 있다. 창가 옆에 진열된 일반적 진화론 책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성의 진화, 사회성의 진화, 도덕성의 진화로 넘어가고 환경 과학을 넘어 문화ㆍ인문학 서적까지 일련의 가치판단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서재는 한옥과 무척 잘 어울리는데 한옥의 짙은 향기 속에서 그는 섬세한 감성의 글들을 쏟아낸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서재에는 10㎝가 족히 넘는 두터운 파일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헌책방을 뒤졌던 그는 자료가 될 만한 책들은 무조건 사들였다고 한다. 사람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서재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격이며 품격이다. 인터뷰 말미에 실린 지식인 15명이 추천한 도서 목록도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