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형식 빌어 루이비통ㆍ뉴비틀 등 사례 소개
■ 마케팅 어드벤처
(김민주 지음/미래의창 펴냄)
현대는 마케팅의 시대다. 누구든 상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상품엔 마케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신문과 TV광고, 거리의 각종 전단과, 도로의 입간판, 심지어 일상의 대화까지. 마케팅은 물과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물과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듯 마케팅을 실감하지 못할 뿐이지..
신간 '마케팅 어드벤처'을 읽고 나면 우리는 마케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브랜드포커싱, 키덜트마케팅, 스타마케팅, 자연주의마케팅, 복고마케팅 등 마케팅의 세계도 가지각색이다. 저자는 마케팅 컨설턴트 김민주씨. 토종 저술가인 그가 펼쳐 보이는 마케팅의 세계는 흥미진진하면서도 현실감이 있다.
마케팅 개론서인 '마케팅 어드벤처'는 여행소설의 형식을 가미했다. 주인공은 전세계로의 마케팅 여행을 앞둔 대기업 마케팅팀 과장인 '이마수'. 이 과장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다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종횡무진의 마케팅 어드벤처를 체험한다.
그와 함께 모험의 세계로 떠나보자.
평소 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마수 과장은 갑자기 마케팅 팀 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나. 이후 이 과장 눈에는 모든게 마케팅으로 보인다.
승진 축하 술자리에서 고급 위스키 마케팅을 위해 강남 룸살롱의 마담들을 특급호텔에 대거 초청했다는 기막힌 상술에 귀가 쫑긋한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를 집중공략했다는 승용차 업체의 전술을, 야근 때에는 삼각김밥의 리-마케팅을, 국산 향수를 애용하는 여직원을 만나면 기업의 존재를 감추는 '브랜드포커싱'을 생각하게 되니, 이 과장의 '일 중독'도 벌써 중증이다.
이마수 과장, 드디어 '마케팅 어드벤처'의 대장정에 오른다. 먼저 태평양을 건너 미국이다.
세상에 별별 마케팅이 다 있다더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동성연애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고 문화를 마셔? 스타벅스는 철저한 고급화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땅공 비행기로 미국의 하늘을 석권한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틈새마케팅, '나이키=승리'라는 등식을 앞세운 나이키의 스타마케팅.. 이 과장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머리가 핑필 돌 지경이다.
뉴욕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뜻밖에 에너지 회사 엔론을 만난다. 급성장과 급몰락을 모두 경험한 회사다. 경영자의 공격적 활동을 앞세운 CEO마케팅은 엔론을 한때 세계7위 기업에 오르게 하지만, CEO의 분식회계가 뒤늦게 밝혀져 순식간에 침몰하고 만다. "정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 과장은 무릎을 친다.
다시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ㆍ독일ㆍ스웨덴ㆍ스위스ㆍ이탈리아ㆍ영국 등을 둘러본다.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샹제리제로 발길을 돌렸는데, 또 긴 줄이 늘어선 게 아닌가. "여기도 박물관이 있나?". 아니다. 바로 루이비통을 구입하려는 장사진이다. 루이비통이 앞세운 전략은 스토리텔링마케팅. 사람들로 하여금 언젠간 루이비통을 사고 말겠다는 잠재의식을 심는 상술이다.
1939년 개발된 딱정벌레 모양의 소형차로 2002년 현재까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뉴비틀의 복고마케팅, 마케팅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 시슬리의 자연주의마케팅 등이 이 과장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터넷과 패션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스웨덴의 부닷컴은 거품마케팅의 표본이었다. 이 회사는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 출범초 파산선고를 받고 말았다.
기나긴 마케팅 어드벤처를 마치고, 이마수 과장 인천공한 도착. 첫 눈에 300만원짜리 유모차가 들어온다. "한국도 이미 귀족마케팅이 본격화했군." 그의 마케팅 어드벤처는 계속될 모양이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