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장기신용은행 합병] 역시너지 효과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여겨졌던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이 당초의 시너지효과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은행의 「덩치키우기」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합병의 주도권을 쥔 국민은행측이 당초 발표와는 달리 소매금융 전담기관으로 남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다 협상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하자 장은의 기업금융전담인력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따라 지난 10월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이 합병을 선언했을 당시의 「최상의 만남」에 대한 기대는 합병 출범일을 약 2주일 앞둔 시점에서 찾아볼 길이 없게 됐다. ◇합병의 역(逆)시너지=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현재 20%로 제한돼 있는 기업금융 비율을 합병 후 30%로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한폭이 10%포인트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소매금융 전담은행으로 남겠다는 것. 지난 10월 도·소매금융을 상호 보완한 슈퍼은행이 되겠다던 발표와 달리, 도매금융의 보완효과는 없이 자산규모만 늘어난 「대형 리테일뱅크」가 탄생하는 셈이다. 금융계에선 기업에 대한 장기여신에 특화된 장은 나름대로의 메리트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은 관계자는 『도매금융뿐 아니라 장은이 주특기로 삼아온 프라이빗 뱅킹(PB)부문의 경쟁력도 서민금융에 밀려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도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에 주력한 덕분에 지금껏 「안전한 은행의 대명사」로 알려져 왔으나, 장은과 합병하면서 그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결국 국민-장은간 합병으로 두 은행의 장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보다는 두 은행의 서로 다른 특성이 서로의 장점을 깎아내리는 역(逆)시너지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등돌린 장은 직원들= 특히 기업금융부문이 사실상 공중분해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은 직원들사이에는 합병은행에서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장은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해지자 직원들중 몇몇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 자리를 옮겼고, 상당수 직원들도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유학길에 오를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은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퇴직 신청자수는 총 직원수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250명. 특히 이 가운데 약 170명은 평균 29~35세의 4, 5급 남자직원이다. 한 행원은 『합병에 따른 급여차이는 감수할 용의가 있지만 국민은행측이 일방적인 밀어부치기로 장은직원들을 식민지백성 대하듯하는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말했다. 장은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직원들일수록 합병은행에서 비젼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장은이 사실상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됨에 따라 장은이 축적해 온 기업금융의 노하우를 발휘할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합병발표 후 협의 과정에서 장은측의 요구사항이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게 판명됐다』며 『합병은행에서도 장은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의 대거 이탈은 장은이 쌓아올린 노하우나 금융기법이 합병은행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는 더더욱 줄어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경립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