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빼빼로 데이엔 마트 대신 안과로


최근 장을 보러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가 갖가지 모양의 초콜릿 막대과자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이른바 '빼빼로 데이(11월11일)'가 곧 임박했음을 알았다.

마트에서는 친절하게도 정체불명의 빼빼로 데이의 기원을 설명하는 커다란 플래카드도 걸어놓았다. 빼빼로 데이 풍습은 지난 1996년 부산∙영남 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빼빼로를 먹으며 롱 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어딘가 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초콜릿 과자가 다이어트에 좋을 리는 만무한데 단순히 기다란 과자의 모양 때문에 이렇듯 빼빼로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청소년을 호도하는 과도한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사이즈의 빼빼로를 하나 사서 영양성분표를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포화지방량이었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만들 수 있어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포화지방량이 4.7g 포함돼 있었다. 하루 권장치의 31%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빼빼로 작은 사이즈 3개를 먹으면 포화지방의 1일 권장치에 육박하는 것이다.


더구나 제과업체들과 대형마트들은 빼빼로 데이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크기의 대 형 포장으로 초콜릿 과자를 만들고 화려한 포장을 씌워 청소년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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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뿐인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상술에 청소년과 부모들이 농락당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이기도 하지만 대한안과학회가 정한 '눈의 날'이기도 하다. 눈의 날은 안과에 대한 올바른 상식과 눈의 중요성에 관해 계몽하고 눈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1956년 제정됐다. 한 안과의사는 "매년 빼빼로 데이에 묻혀 눈의 날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며 씁쓸해 했다.

오는 11일 빼빼로를 사러 친구들과 함께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안과를 찾아 눈 건강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화려한 포장의 빼빼로를 한 아름 살 금액이면 온 가족이 눈 검진을 받는 데 충분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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