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원·위안화 스와프시장 개설

환헤지 늘려 직거래시장 활성화 나선다

美·中 환율전쟁 속 무역결제 통화 다변화

1% 위안화 결제 규모 20%까지 대폭 확대

달러 의존도 축소 나서



정부가 미국과 중국, 주요2개국(G2)의 미묘한 힘겨루기 속에서도 위안화 헤지를 위한 스와프 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위안화 대국굴기(大國堀起)라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달러의 초강세 속에 미중 양국이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어 중간에 낀 우리로서는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스와프 시장 개설은 기업들의 위안화 무역 결제 비중을 점차 늘려 달러 결제 비중을 줄이고 춤추는 외환시장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수요기반을 확대하는 다목적 포석이다. 정부는 앞으로 원·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를 현재 1% 수준에서 중장기적으로 2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위안화 무역 결제 및 거래가 늘어나면 원·달러 시장 의존도가 줄어들어 외환시장 자체가 안정될 수도 있다.

◇위안화 날로 높아지는 국제 위상=위안화는 중국 정부의 국제화 추진 전략에 따라 이미 홍콩, 마카오, 아세안 10개국과 무역 결제를 시작으로 위상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국제 결제 통화에서 위안화 활용 순위는 지난 2013년 13위에서 지난해 말에는 5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투자 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벤치마크 지수에 중국 A 증시 편입 여부가 검토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특별인출권(SDR)에 위안화 포함 여부를 올 하반기 중 논의할 예정이다. SDR는 현재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유로화 등 4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만일 중국 위안화가 SDR에 포함되면 위안화는 전 세계 통화시장의 명실상부한 '빅리그'에 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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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1차관은 13일 도이치뱅크가 주최한 '위안화 국제화' 세미나에서 "앞으로 위안화는 결제 통화의 역할을 넘어 투자 통화로서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며 "올해는 한국에 위안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기존 위안화 역외 허브와는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위안화 금융 중심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수요 늘리려면 스와프 시장 개설은 필수=정부는 위안화의 국제적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 첫걸음이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위안화 금융 허브 로드맵'이다. 로드맵에는 앞으로 한국을 위안화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개발해 위안화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준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위안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와프 시장 개설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기업들이 참여가 핵심인데 아직 기업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A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원·달러, 위안·달러 시장을 거쳐 무역 결제를 하는 것보다 위안화 직거래를 통한 장점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수출 기업들의 대부분이 신용장(L/C) 방식으로 무역 결제를 하는데 위안화와 달러의 환가료 격차로 추가 비용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환가료는 은행이 환어음을 매입할 때 발생하는 이자와 환차손 비용으로 미 달러화에 비해 위안화가 3%포인트 가까이 비싸다. 따라서 기업들의 원·위안화 직거래를 통한 무역 결제를 유도하려면 환차손을 줄여줄 수 있는 선물환 시장이나 스와프 시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기업들의 무역 결제 등 실물거래를 통해 위안화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며 "위안화 결제, 투자, 환전 등 위안화 거래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마련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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