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평가받기 싫어하는 여러 집단 중 하나가 대학이다. 학생들에 대해 전매특허처럼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지난 1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05년도 대학별 종합 및 학문 분야별 평가’ 역시 이러한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전수조사가 아닌 대학별로 평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나눠먹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에는 연세대가, 지난해에는 이화여대ㆍ한양대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고려대ㆍ경희대ㆍ성균관대가 뽑혔다. 약학 분야에서는 숙명여대 등 9곳이, 체육학 분야에서는 명지대 등 7곳이 한꺼번에 올해 최우수 대학 판정을 받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러다 보니 평가 결과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대학을 선택하는 데 아무런 ‘판단 근거’도 제공하지 못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모두 다 우수 대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차라리 더 설득력이 있다. 82년부터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가며 무려 24년간 지속돼온 대학 평가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날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평가 기관이 평가 대상이 되는 대학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는 200여개 대학들을 회원사로 거느리며 그 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대교협의 한계인지 모른다. 그러나 더욱더 큰 문제는 대학들이 외부의 평가에 대해 아직도 개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서울대 등 많은 대학들이 대교협의 평가를 거부하거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입시 때는 ‘상위 몇 %라도 더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논ㆍ구술 등 정교한 평가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실상은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초 설립 예정인 ‘고등교육평가원’이 국제적 기준의 제대로 된 대학 평가 실시 기관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