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G2 방공식별구역 갈등] 美·日 "위협 대처 공조"… 중국은 속도조절

헤이글 美국방 日과 전화접촉… "중국 조치 의식 작전변경 안해"<br>中"현시점 긴장 높일 필요없다" 항공모함 항로도 대만해협 변경<br>미국 내 강경대응론 확산 속 바이든 부통령 내주 방중 고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국 방공식별권과 관련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헤이글 장관의 최근 통화 모습. /자료=미 국방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주요2개국ㆍG2)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장기전을 대비하는 듯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척 헤이글 장관이 동중국해 안보와 관련해 일본 방위상인 오노데라 이쓰노리와 이날 오전 통화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미 국방부가 중국에 사전통보 없이 중국이 주장하는 방공식별구역에 B-52 전략폭격기를 투입한 다음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양측은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로 예기치 못한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헤이글 장관은 미국과 일본의 방위조약 대상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는 한편 앞으로도 중국의 방공식별권 조치에 따라 미군이 작전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노데라 방위상도 “미군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보를 공유하고 이 지역에 대한 감시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국무부도 “전일 존 케리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전화회담을 통해 양국의 협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히며 미국과 일본이 긴박하게 상황 대처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미군이 B-52 전략폭격기 운항을 통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했지만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을 직접 겨냥해 ‘종이호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 중국은 추가적으로 미ㆍ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남중국해 훈련을 위해 26일 칭다오를 떠난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항로를 대만해협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당초 랴오닝호는 센카쿠열도 근해를 지나가기로 해 이것이 미ㆍ일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이 같은 태도가 장기전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굳이 현시점에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중국이 영해 밖으로 전략지대를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위한 첫 시도이고 이에 대해 미국은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의 편을 드는 미국에 대해 충격요법을 사용해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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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인한 G2의 갈등은 다음주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에서 이번 행동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의 의도와 관련해 분명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이번 갈등에는 미국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ㆍ아시아 회귀) 정책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설정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어 미국의 대응 방향은 향후 동아시아 전체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미국 입장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아시아 방문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집중 논의하려고 했으나 방공식별권 문제가 최우선 화두로 떠오르며 계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빈 칼브 연구원은 “이란 핵 문제 등을 대화로 해결한 데서 나타났듯 가급적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는 미국이 중국 문제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확산되는 강경대응론도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IE)는 27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23일을 ‘미국이 아시아를 잃은 날’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미국의 효과적인 대응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동아시아의 국제안보질서를 성공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매일 전투기 등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보내 무력시위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보고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긴장 고조 시도를 막지 못한다면 역내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 간 다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자민당이 28일 중국에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즉각 철회하라고 결의하자 중국은 “일본은 1969년에 방공식별권을 설정했다. 일본이 먼저 철회하라. 그러면 중국은 44년 후에 이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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