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주택 공급·청약시스템 확 뜯어고쳐라

수도권 1순위 마감 사라졌는데 제도는 40년 전 그대로…

자격 완화 등 미세조정 대신 정부 개입 줄여 시장 자율로


D사가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하고 있는 한 타운하우스는 최근 청약에서 1순위는 물론 3순위까지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없었다. 10억원이 넘는 분양가와 265㎡(92평)짜리 대형주택이기 때문에 회사 측은 애초 순위 내 마감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무주택자 위주인 청약 1순위 가입자와는 동떨어진 상품 설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공개 청약접수를 실시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총 36가구로 사업계획승인 및 분양승인(30가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민간 주택업체들이 공급하는 수도권 민영주택 청약에서 1순위 마감이 사라지고 있다.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주어지는 청약 1순위는 한때 막대한 시세차익 때문에 필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주택 구매수요 위축으로 내 집 마련 수단으로의 가치가 크게 줄고 있다.


22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도권 일대에서 공급된 분양승인(30가구 이상) 대상 7개 아파트 가운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 단지는 전무했다. D사의 동탄 타운하우스를 포함해 총 2,891가구의 물량이 나왔지만 1순위 청약자는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849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전체 주택형 가운데 단 2개만 1순위에서 가까스로 입주자를 채웠을 뿐 나머지는 모두 미달 사태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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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체들은 청약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 주택 구매의사가 있는 수요자들도 일단 분위기를 본 후 나중에 미계약분을 사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청약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주택 공급·청약 시스템 역시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1순위 청약자격을 완화하거나 재당첨 제한 단축 등 미세조정에 그치지 않고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크게 줄여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현재의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진단해 전폭적인 규제완화를 시사하면서 분양시장의 적폐로 꼽혔던 주택청약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는 민간 건설사의 공급과잉이 부동산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만 지적할 뿐 달라진 시장 환경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며 "투기억제를 위해 적용했던 예전의 법체계와 제도로는 주택 시장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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