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셜플랜 50년/김준수·정경부(기자의 눈)

역사상 가장 고결한 행동으로 평가되고 있는 「마셜플랜」이 올해로 시행 50주년을 맞았다. 세계정치지도자들은 28일 네덜란드에 모여 이를 자축했다.1947년 6월5일 미국 국무장관이던 조지 마셜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16개국에 4년간 1백30억달러를 무상원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부흥계획」이라는 정식명칭보다는 이를 입안한 마셜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원대한 구상은 당시 미국 GNP의 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현재시가로는 8백8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이 작년 한해동안 해외에 원조한 금액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거대한 계획은 역시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거물정치가들의 원대한 비전에 따라 탄생한 것으로 「미국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외교정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요즘같은 세계경제전쟁시대에 이같은 얘기는 그저 꿈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지도자와 정책입안자들의 비전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19세기는 전쟁, 20세기는 냉전, 21세기는 경제블록으로 대변된다. 19세기는 영국이 세계를 주도했고 20세기는 미국이 주도했다. 마셜플랜은 20세기 후반 동서 냉전구도 아래서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외교정책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적 측면에서도 미국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경제전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의 비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요즘 국내금융기관들이 대외신용도를 잃고 해외차입에 곤란을 겪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불안에 있다. 한보사태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증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국내 정치불안과 남북관계 악화가 더욱 근본적인 요인이다. 이달초 일본에서 열린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대부분의 외국금융기관 대표자들도 이같은 견해를 표명했다. 대권의 야망을 갖고 있는 소위 용들에게서는 독선과 아집, 눈치, 어부지리 등의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정책입안자들 주변도 밀실, 권위, 이기주의 등의 단어로 점철돼 있다. 시장주의자로 자처하던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부도방지협약을 밀실에서 만들어 자율로 거짓 포장하는가 하면 금융기관들에 협박과 회유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 쌀지원, 경제구조조정, 금융개혁, 교육풍토 혁신 등은 당장의 현안이지만 21세기 태평양시대를 선도하고 우리가 중심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시금석에 다름아니다. 한국판 마셜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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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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