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세계적인 키위 공급과잉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뉴질랜드 키위산업이 얻은 교훈은 브랜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농민들은 최고의 품질임을 자부했지만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많은 키위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이에 뉴질랜드 농민들은 ‘제스프리(Zespri)’라는 키위 마케팅 회사를 세우고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하위 5%를 과감히 폐기처분, 표준화된 품질관리를 이뤄내는 한편 ‘키위는 먹기 불편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잘라서 수저로 퍼먹는(Cut and Scoop)’ 방법을 홍보하고 곳곳에 무료 시식대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한 결과 오늘날 제스프리는 세계 키위시장의 20%를 점유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이처럼 서비스 대상 상품이 범용화(commodity)될수록 고객들의 선택은 가격과 품질 같은 개별적인 요소 외에도 브랜드에 따라 움직이는 행태를 보인다. 구매 상품이 비슷비슷한 수준이라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수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아무리 거창한 브랜드를 내걸고 대규모 광고물량을 쏟아낸다고 해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갑자기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와 철학을 브랜드와 일치시키고 고객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고객이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고 기꺼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블산업은 동네 골목 구석까지 케이블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심으려는 노력들을 진행, 차근차근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필자 회사의 경우에도 5년 전부터 고객과의 활발한 의사 소통을 뜻하는 ‘헬로(Hello)’ 브랜드 아래 차별화된 ‘온리원(Only-One)’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현장 곳곳을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노력을 병행하면서 이제는 지역 영업현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헬로 머시기”라고 더듬거리는 것을 들을 정도가 됐다.
‘광고로 시작해서 서비스로 접근하는’ 경쟁 사업자들과 다른 ‘서비스로 시작해 브랜드를 심어주는’ 동네 골목 전략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노력해 이 할머니가 “헬로 머시기”를 “헬로TV”라고 정확하게 부를 수 있게 된다면 ‘헬로’ 브랜드는 명실상부한 골목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바보들이나 가격으로 경쟁하려 든다. 승리자는 고객 마음 속에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식시킬 방법을 찾는다.” 경영학의 대가 톰 피터스의 이 한마디는 오늘날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