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미래' 보여줘야 '안녕'합니다


꼭 1년 전 이맘때 세밑 풍경은 어수선했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첫 과반 득표(득표율 51.6%)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선거전이 치열했던 만큼 선거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연말 풍경은 더 어지럽다. 저성장과 장기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평온한 연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1년 전 선거의 후폭풍이 오히려 지금 더 거세게 불어닥치는 듯하다.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우리 인생에 모든 사람이 '안녕'할 순 없는 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처럼 삶의 만족도가 낮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 한 장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 그만큼 답답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입시 경쟁에 내몰린다. 정부는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입시 제도를 발표했다가 1~2년 내 부작용이 생기면 바꾸면 그만이다. 교육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충은 나몰라라다. 대입 수능 시험에서 몇 문제만 실수하면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달라지고 몇 년 고생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버리는 결과에 아이들은 승복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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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해도 숨 돌릴틈없이 취업 전쟁이 시작된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조차 해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에 질식한다.

학점은 기본이고 영어에 자격증·외모까지 스펙을 쌓는 데 전념하지만 취업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오히려 기업들은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하니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더 머릿속이 복잡하단다. 졸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지 않으면 졸업생 신분이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에 섣불리 대학문을 나설 수도 없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이다. 세상의 뉴스에 반응할 정신적·시간적 여유 없이 쳇바퀴 도는 일상에 함몰돼 취업에만 집중하는데도 취업이 되지 않아 불만과 불안감만 팽배한 이들에게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한마디는 '나만 힘든 건 아니었다'는 위로, '우리도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동질감을 불러일으킨 불씨가 된 것이다. 젊은이들이 눈앞에 놓인 취업만 생각해도 골치가 썩는데 사회 곳곳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밀양 송전탑 논란에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파업까지 갈등이 폭발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해집단 간 갈등을 어느 것 하나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으니 어디서 미래를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다양한 청년 공약을 내세우면서 2030 세대가 30% 넘는 지지율을 보내줬건만 1년 동안 여권의 청년 정책은 실현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결국 '선거용 반짝 관심'에 불과했다는 젊은 층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년 실업이 전세계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2004년 45.1%에서 지난해 40.4%, 올해 1∼11월 39.7%로 떨어졌다. 미국(55.7%)·일본(53.7%)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 평균(50.9%)에 한참 못 미친다. 반값 등록금은 예산 부족으로 달성 시기를 내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위한 행복주택 건설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절차와 장소 선정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청년특위를 구성해 수십차례의 정책 간담회를 열고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지만 당시 강조한 청년층 해외취업 지원, 청년 창업 지원,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등의 내용은 1년여가 지난 이번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회의에서도 대동소이할 뿐이다.

열쇠는 결국 경제가 쥐고 있다. 어떻게든 경제를 활성화시켜 청년 취업을 늘려야 갈등이 완화되고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 1년 전 당선일에 박 당선자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돌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녕들하시냐는 젊은이들의 외침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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