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르면 내달 금리인상] 배경과 전망

'8·31 대책' 금리인상으로 완성 겨냥<br>실물지표 회복기미에 어느때보다 강한 시그널<br>고유가등 고려 내년 1분기께 추가단행 가능성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를 올리기 위해 발걸음을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실물지표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세제강화와 공급확대를 줄기로 한 ‘8ㆍ31 부동산대책’에 금리를 ‘화룡점정’의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다만 고유가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5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추진 중인 마당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좀더 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강하다. 자칫 통화정책이 부동산이라는 일개 자산변수에 휩쓸려 경기 전체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총재는 지난 7월부터 금리인상에 대한 암시를 꾸준히 해왔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그는 단골처럼 사용했던 ‘경기회복 뒷받침’ ‘저금리 기조 유지’ 등의 표현을 일절 쓰지 않았다. 대신 “정부 부동산대책을 지켜본 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가까운 장래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어두기 시작했다. 8월 발언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박 총재는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진입한다는 확신이 들면 통화정책을 지체 없이 조정 검토하겠다”는 말로 인상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계속되는 암시에 시장은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계속 붙여왔다. 지표가 계속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달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지표가 호전된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역시 8ㆍ31 대책이었다. 세제와 공급만의 대책이 나왔지만 정책조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때마침 여당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재경위 소속 김종률 의원(열린우리당)은 “내수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면 금리 부문을 면밀히 조절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부동산대책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8일 박 총재의 발언에는 이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정책기조의 전환을 좀더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흔적이 엿보였다. “금통위는 이제 통화정책의 점진적인 방향조정을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다음달 경기상황 등 모든 것이 기대한 대로 간다면 인상할 수 있다” 등 어느 때보다 강한 시그널을 보여주는 발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의 발언들처럼 금리인상을 위한 환경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을까. 일단 경기 측면에서는 상반기보다 여건이 훨씬 나아진 게 사실이다. 7월 중 소비재판매는 전달보다 0.2% 증가했고 제조업 생산증가율도 7.2%를 기록해 상승세를 보인 점, 같은 기간 설비투자추계지수가 전달의 -6.1%에서 4.7%로 증가세를 보인 것 등이 그의 믿음에 토대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이를 종합해보면 하반기 이후의 경제성장은 하반기 4.5%, 내년에는 5%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 총재 스스로도 불안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는데다 8ㆍ31 대책으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 요인이 제거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자칫 “한은이 살아나려는 경기의 불씨를 꺼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그의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재경부가 유감을 표시하고 나선 점도 부담이다. 이는 설령 금리를 올리더라도 아주 미세한 폭, 즉 0.25%포인트 정도 올린 뒤 내년 상반기께나 인상 여부를 다시 결정할 것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박 총재는 “앞으로 금리정책을 조정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내년까지 기본적인 저금리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급격한 금리인상이 없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금통위가 오는 10월에 현저히 낮은 저금리를 시정하는 차원의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내년 1ㆍ4분기 정도에나 주변 여건을 좀더 지켜보면서 추가인상 시점을 가늠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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