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일본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인가


일본이 지난주 철강 관련 뉴스토픽을 장식했다. 일본 내 최대 철강사와 3위 철강사가 합병해 세계 2위 철강사로 변모하겠다는 게 그 것. 설 연휴 중 터져 나온 일본발 뉴스였지만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주목해야 할 소식이었다. 일본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철강산업과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적으로는 한국 철강산업의 태동과 성장 과정에서 일본 철강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상당수 국내 철강사들이 일본 철강사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일 철강사의 글로벌시장 경쟁은 엄연한 현실이다. 경쟁 철강사의 대형화가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우리도 '세계적인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철강업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감이 간다. 하지만 과연 우리 철강 산업의 미래가 일본 철강산업의 미래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일본의 현실은 시장의 규모나 산업 구조 등에서 우리와 다른 면이 많다. 일본은 1억톤 정도의 조강생산에 5개의 고로(용광로)사가 존재하고 수십개의 전기로 기업이 산재해 있는 상태다. 시장을 주도하는 고로 기업들은 4~6%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2009년과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 때는 영업 적자를 보일 정도였다. 우리보다 두 배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저성장 체제가 고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많지 않다. 결국 일본은 이제 5개의 거대 고로 철강사를 지탱하기 힘들고 이번 일본 철강사의 통합 추진은 이러한 과정과 현실을 반영한 고통스러운 '결과'라는 생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도 고도 성장기는 지났다고 말한다. 그러면 곧 우리도 일본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일까. 언제나 일본에 비해 궁핍한 시장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아온 한국 철강사들은 차별화된 역동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 철강사의 통합 추진 소식은 국내 철강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뉴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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