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만난 복어, 맛의 진객… 요리의 진수 [리빙 앤 조이] 청산가리 1,000배 독성… 전문가만 요리숙취 해소·다이어트·성인병 예방 등에 좋아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도움말=김정수 세종호텔 일식당 ‘후지야’ 주방장 관련기사 라면, 얼마나 드십니까? 라면 맛있게 먹는 방법 경춘자 '라면 땡기는 날' 사장 제철 만난 복어, 맛의 진객… 요리의 진수 "찬 바람 분다… 굴 요리 먹으러 갈까?" 코로 넣는 '경비내시경' 편안한 진료 노화를 부르는 건성 피부 몸 속부터 다스려야 보헤미안의 천국, 샌프란시스코 '저항 문화'의 버클리 '벤처 정신'의 스탠퍼드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제철 음식은 맛이 좋고 건강에도 이롭다. 제철이 지난 식재로 만들어진 온갖 보양식을 가져온다 해도 제철음식의 맛과 영양을 따라올 수 없다. 곡식과 채소 수확이 끝난 겨울철 제철을 맞은 음식들은 무엇이 있을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 무렵부터 겨울의 막바지 2월까지는 복어의 계절이다. 10월 말 께부터 살이 오른 맛 좋은 복어가 동해와 제주 인근 바다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이 물고기가 복어라는 이름을 얻은 까닭은 낚싯대에 걸리는 순간 피에 있던 독이 눈으로 몰리면서 머리부분이 부풀어올라 입으로 ‘복 복 복…’ 소리를 내며 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독이 사람의 목숨을 해칠 정도로 위험한 것이어서 복어 요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조리한 음식이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된다. 복어의 독은 페트로도톡신으로 청산가리 보다 약 1,0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눈과 알은 특히 독성이 강해 알 하나만 먹어도 13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특히 무색, 무취, 무미의 독으로 먹으면 바로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졸음이 오고 몸에 힘이 빠지며 서서히 숨을 거둔다. 일부에서는 복어의 독을 이용해 맛을 낸다고도 하는데 특히 일본에서는 복어의 피를 묻혀 입술이 얼얼해지는 느낌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피를 이용해 복요리를 한다고 하는 소문은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고 대부분의 조리사들은 독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 처럼 치명적인 복의 독을 제거 하려면 제일 먼저 껍질을 벗기고 눈과 내장을 제거한 후 물에 담가 피를 빼낸다. 독을 제거한 복어를 며칠간 숙성해야 맛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요즘 같이 살이 부드러운 때에는 20~30분만 숙성해도 괜찮다. 그날 잡은 복어는 횟감으로 쓰며 하루가 지나면 복지리에 사용한다. 복어요리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것은 복 회다. 복어는 기름기가 없어 일반 생선회와 같은 두께로 썰면 퍽퍽해서 그 맛을 즐기기 어렵다. 때문에 복어 회를 떠 접시에 올리면 접시의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얇게 썰어야 한다. 복요리집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복지리(복국)다. 지리란 맑게 우려낸 국물을 일컫는 일본어로 복어 본연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요리다. 몇몇 음식점에서는 복어 국물을 우려내는 대신 일반 스프를 넣고 끓이기도 하는데 이는 정석이 아니다. 대부분의 복 요리사들은 복어 국물을 우려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조리법에 따르면 뼈와 머리를 넣고 은근한 불에 5시간 이상 조려야 한다. 복어 액이 제대로 우러난 국물은 뿌옇고 걸쭉하다. 복어는 고급 해장 음식으로도 훌륭하다. 복어에서 우러 나온 국물이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숙취해소에도 좋고 술을 마실 때 안주로 먹으면 쉽게 취하지도 않는다. 또 겨울철 음식답게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혈액을 맑게 한다. 이밖에 복요리는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중성지방이 전혀 없어 칼로리가 높지 않고 단백질과 비타민 B1, B2 등이 풍부해 고혈압, 당뇨병, 신경통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입력시간 : 2007/11/21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