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부터 금융기관, 중견ㆍ중소기업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최대 규모로 감원 태풍이 몰아치면서 경영(인사ㆍ조직)ㆍ창업ㆍ채용 등 관련 컨설팅 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인사ㆍ조직 관련 컨설팅업계의 경우 국내외 업체를 합쳐 수십 곳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10여개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의 물결에 밀려 한 순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재취업이나 창업의 문을 활발히 노크하면서 관련 컨설팅 업체들도 바빠지고 있다.
휴먼컨설팅그룹(네모파트너즈의 인사ㆍ조직 분야 컨설팅사)의 박재현(39) 대표는 최근 인력효율화와 성과관리, 정원산정에 관한 컨설팅 수요가 급증해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는 고객 명단과 숫자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전년 대비 수십 %는 족히 늘었다고 털어놨다. 용역비의 경우 고객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컨설팅 요원 3~4명을 2~3개월 투입해 수 억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보통 컨설팅분야를 인사ㆍ조직, 경영전략, IT서비스, 생산ㆍ품질관리 등으로 나누는데 감원태풍이 몰아치면서 상대적으로 인사ㆍ조직 컨설팅 계약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중견 대기업인 B사에 확인한 결과 이 회사에 용역을 줘 20~30%대의 대폭적인 인력 절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인력절감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사업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해 경영전략 컨설팅사인 E사에도 추가로 용역을 준 상태다. 네모휴먼 측이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B사의 K모(35) 과장은 “최근 조사에서 직장인들의 체감정년이 36.5세로 나왔다는데 감원 폭이 큰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채용 및 창업컨설팅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채용정보업체인 스카우트의 이현용 본부장은 “인력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시키는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제도) 문의가 월 3~4건으로 크게 늘고, 퇴직자들의 관련 상담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창업 예비군들의 문의가 늘고 있으며, 경기불황으로 손쉽게 창업을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달 초 KT에서 명예 퇴직한 남혜정씨는 “회사측이 기술직이나 영업직 퇴직자는 아웃소싱업체나 대리점에 1년간 취업을 보장하고 있지만, 내 사업을 하고 싶어 1억7,000만원의 명퇴금 중 1억원을 투자해 유치원용 영어교재 업체에 지분참여나 대리점 개설 등의 방식으로 창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컨설팅협회 임광우 사업부장은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면서 전문업체의 조언도 얻고 감원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컨설팅업계에선 대체로 지난해보다 경영이 좋아졌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