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와 함께 아시아 통화위기의 주역으로 비난받았던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는 아시아 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97년 무려 56%의 수익율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엔 수익율이 마이너스 4%로 떨어졌고, 올들어 무려 20%의 손해를 보았다.타이거 펀드가 가장 크게 실패한 곳은 역시 환투기였다. 지난해 10월 엔화가 급등할 때 타이거 펀드는 엔화 약세에 베팅했다가 며칠 사이에 자본금의 18%를 날리는 수모를 당했다. 또 US 에어웨이·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 안정적인 기업의 주식을 샀으나, 올들어 이들 주가가 모두 떨어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더욱이 타이거 펀드에 돈을 대준 투자자들이 자금 상환을 요구, 지난해 12월엔 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올들어서 1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한해동안 35억 달러의 자금 상환에도 불구, 아직도 자금상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가입자들의 빚 독촉에 보유 주식과 채권을 제값도 받지 못한 채 대량 매각하는 바람에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투자실패→자금상환 요구→포트폴리오 축소→수익율 저하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능한 매니저들이 잇달아 펀드를 떠나는 바람에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타이거 펀드는 한국에서 SK 텔레컴 등 대기업에 소액주주 운동의 선두에 서서 마찰을 빚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