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판 환경과 청소년/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로터리)

청소년보호사업이란 청소년을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래서 주로 유해업소니, 유해약물이니, 유해매체물이니 하는 것들을 정화사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유해한 것이 바로 「정치판 환경」이 아닌가 싶다.TV뉴스를 보지않는 청소년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정치판에 회오리가 칠 때마다 유명인사들의 이름들이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넘실대곤 한다. 한때는「모립니다」라는 모 인사의 사투리성 발음이 유행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큰 사건이 터지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아이들도 있다. 요즘은「비자금」이란 말이 유행이다. 정치판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선거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판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도 비상하다. 누구는 누구편이고… 누구는 어디 출신이니 어느 쪽이고… 누가 누구와 연합하고 누구는 판을 깬다는 등…훤하다. 자연스레 거짓말을 밥먹듯 해도 된다, 겉다르고 속 달라도 된다, 정치란 그렇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몸에 밴다. 고약한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은 각 정당의 「입」들이다. 대변인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거의 「청소년 유해언어」로 판정해도 괜찮을 정도다. 요사이 초등학교 반장, 부반장 선거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좋은 정책을 내놓고 그것을 잘 설명해서 좋은 반응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친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무슨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표를 얻기 위해서 선물을 사주고 패스트푸드점에 데리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학부모까지 나서서 몇십명씩 초대한 파티를 열어주거나 외식을 시켜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태들을 이 나라 청소년들은 과연 누구로부터 배웠을까.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도무지 청소년들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이 모양 이 꼴의 탐욕적인 정치환경이 과연 이 나라 청소년들을 건강하고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차세대 청소년을 위해 정치판은 과연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청소년 보호사업에 「유해정치환경 정화사업」을 추가해 대대적인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소를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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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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