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의 DNA는 다르다] 현대건설 사장 김중겸

해외수주 다각화 등 '글로벌 경영'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임직원들이나 외부 인사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그리고 '1위'라는 단어보다 '새로운 도약'에 방점을 찍는다. 지난 3월 3년 임기의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한지 3개월이 흘렀지만 김 사장은 여전히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며 현대건설의 변화를 채찍질하고 있다. 김 사장이 제시하는 현대건설의 목표는 단순 명쾌하다. 회사 정문 앞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Be the Global Top Leader(글로벌 최고의 리더가 되자)'가 바로 그가 제시한 현대건설의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장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개편과 인사는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임직원이 퇴근한 금요일 밤 11시가 넘어 사내 인트라넷 망을 통해 본부장급 대부분을 물갈이하는 혁신적 인사를 단행한 것. 이 과정에서 조직은 환경ㆍ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젊은 피'로 채워졌다. 김 사장은 "대대적인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은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이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현대가 글로벌 건설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과 전환의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인사ㆍ조직개편 이후에도 회사의 경영 틀 자체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 구축한 '전사업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원활한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본사와 국내외 300여개 현장ㆍ지사간 화상회의를 통한 정보전달이 가능하고 실시간 온라인 업무보고ㆍ결재가 이뤄져 상황 변화에 따른 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는 내부 혁신과 함께 새로운 시장 개척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수주 지역을 다각화하고 수주대상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동 수주의 전초기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지사를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옮기고 중남미ㆍ아프리카 등의 산유국에 지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의 시장에 만족하고 머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주력 수주 시장에 직접 나가 주요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해외사업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녹색 성장 사업'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환경이나 대체에너지, 물관리, 원자력 등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에 대한 기술력 확보 없이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취임 후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해 출범시킨 '전력사업본부'는 원자력사업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김 사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한국전력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해외자원 개발사업과 연계한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그러나 "이 같은 변화와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감성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의 소프트(Soft) 역량을 강화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임원 부부 300명을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음악회를 관람하는가 하면 본사 옥상정원에서 2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도시락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경영철학 - "좋은 인재 확보가 경쟁력 좌우" 김중겸 사장은 현대건설의 수장이 되기 전에 이미 CEO의 자질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은 그는 불과 2년만에 매출을 3배나 끌어올리고 영업이익은 5배나 뛰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취임 직전인 2006년 2,400억원이던 매출이 2008년에는 7,400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 사장은 "처음 직원들의 사무실을 둘러보니 근무여건이 너무 열악했다"며 "오래된 철제 책상 등 낡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보며 '이래서는 누가 회사를 위해 일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돈을 들여 사무실 집기를 바꾸고 낮은 급여도 높였다. "당장은 돈이 들었지만 비용이 아니라 투자였습니다. 2년간 늘어난 매출과 이익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는 '기업의 전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따로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건설업체로서는 얼마나 좋은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단순한 처우개선은 시작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은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시절 이미 포화상태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시장에서 탈피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어려운 중동권의 대형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대신 아프리카ㆍ아시아ㆍ미주 등으로 시장을 다변해 큰 성과를 거뒀다. 김 사장은 "미래에 대한 투자는 경영층이 후배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 김중겸 사장 약력 1950년 경북 상주 생인 김중겸 사장의 이력서는 직장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1976년부터 현재까지 온통 '현대'로 가득차 있다. 30여년의 직장생활 중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지낸 2년을 빼고 나면 현대건설이 그의 전부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첫 근무지가 해외였다. 그의 홈페이지를 들여보면 해외 현장 경험에 대한 그의 애착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후 민간사업ㆍ건축사업본부 등을 거쳐 2003년에는 건축사업본부장을, 2006년에는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는 바로 그가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을 때 론칭한 브랜드다. 2007년부터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 드디어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회사의 CEO에까지 올랐다. 그는 해병대 복무시절을 유난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유독 눈물이 많아 강해지고 싶었던 욕구로 자원했다"는 김 사장은 "힘들었던 해병대 시절의 경험이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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