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여부 논란’에 대한 격한 공방 끝에 국가기록원 원본 열람에까지 이르는데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문 의원은 ‘NLL 정국’의 한복판에서 대여 공세의 선봉을 자임, 대화록 원본과 녹취자료 등을 전면 공개하자고 배수의 진을 쳤다. 열람결과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며 정치생명까지 건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대화록 원본의 존재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으면서 정작 ‘NLL의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대화록 증발 파문이 정국을 뒤엎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 스스로 “결코 해서는 안될 어리석은 짓”이라면서도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며 초강수를 둔 일이 새로운 논란의 시작으로 귀결된 셈이다. 문 의원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 의원은 18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온갖 핍박을 당하고, 기록을 손에 쥔 측에서 마구 악용해도 속수무책, 우리의 기록을 확인조차 못하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여권이 대화록 원본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화록 원본이 발견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끝내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 의원은 유실 경위를 둘러싼 공방의 한가운데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장 여권은 참여정부의 폐기·삭제 의혹을 내세워 문 의원을 궁지에 몰 태세이다.
대화록 존재 여부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조차 “처음부터 원칙을 깨고 공개하는 게 아니었다”며 대화록 공개 국면을 주도한 문 의원을 향한 원망스런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원본이 발견되지 않으면 문 의원은 진실규명 요구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시점에 검찰수사나 특검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의원측 한 인사는 19일 “여야가 22일까지는 원본을 찾는 노력을 하기로 한 만큼, 일단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