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천명을 부여 받은 인간이 하늘에서 받은 사명을 다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반면 율곡의 관심은 현실에서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있었다."(본문14쪽)
조선 성리학을 대표하는 두 사상가 퇴계 이황(1501∼1570)과 율곡 이이(1536∼1584). 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서로가 꿈꾸는 세계가 달랐다.
두 사람이 왕래한 편지와 시문을 토대로 성리학계 두 거두의 치열한 철학적 논쟁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나왔다. 40여 년간 유학의 진리를 연구해온 이광호(철학) 연세대 교수가 책을 썼다.
수양을 통한 자기완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퇴계와 사회·자연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며 배우고 이해하고 바로잡고자 했던 율곡은 35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다. 하지만 기질과 생각, 지향점이 아주 달랐다.
퇴계의 삶의 방향은 항상 궁극적 진리, 곧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하늘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마음 속에서 빛나게 활동하고 있다. 하늘 진리에 대한 앎과 실천을 통해 사람의 삶과 하늘을 하나로 연결 짓는 게 퇴계의 철학적 과제였다. 반면 율곡의 삶의 방향은 크게 우주를 향하고, 땅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실을 향하고 있었다. 율곡은 현실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마음과 인간 내면 문제에 치중하는 듯한 퇴계의 삶과 학문이 그다지 바람직한 삶으로 보이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퇴계와 율곡의 만남은 어긋난 만남이었다. 어긋난 만남이기 때문에 한국 유학의 다양성이 있게 됐지만, 그 다름이 조화로운 만남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는 경향이 우세했다"고 설명한다. 1만 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