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좀 더 침착했으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었는데…. 그러나 정말 잘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153㎝의 조그마한 키(본인은 157㎝라고 주장)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샷에 밤잠을 설친 골프팬들은 태평양 건너 거구의 나라에서 한국낭자의 매운 맛을 보여준 김미현을 두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의 이글스 랜딩CC 코스(파 72)에서 끝난 미 LPGA투어 칙필 A 채리티 대회(총상금 80만달러) 18번홀, 1㎙남짓한 파퍼팅을 마무리하는 김미현의 얼굴과 발걸음엔 강한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본격적인 대회 출전 4개월, 출전대회 9개만에 9위로「톱 10」진입.
물론 우승 문턱에서 뒷걸음질한 것이 아쉽지만 김미현이 이룬 성적은 값진 것이다. 이제 홀로서기에 적응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미현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샷이 완전히 성숙됐음을 증명했다.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이 첫날 100%, 둘째날은 단 한개만 미스했을 정도로 뛰어났다. 거리도 체중을 늘려가며 애쓴 덕에 거구의 동료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아이언 샷 정확도도 높아져 잇따라 버디기회를 만들었다.
김미현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강인한 승부근성으로 갤러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올시즌 초반 미국과 호주를 오가는 등 쉴틈없이 대회에 참가, 체력이 부치는 가운데서도 오기를 발휘해 샷을 가다듬었고, 이른 새벽 텔레비전을 통해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솟을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김미현의 이번 성적은 또 공식적인 후원자가 없이 혈혈단신으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프로골퍼들과 당당히 겨뤄 일궈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제 김미현은 타고 난 승부근성에 이번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을 더하면 새로운 동양의 신데렐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김미현은 많은 것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우승을 바라보는 선수들이 다 그렇듯이 막판 흔들림을 스스로 다스리는 일이 급선무다. 2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무너진 것은 바로 긴장감 때문이었다.
웬지 불안한 스윙폼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김미현은 스스로 스윙에 별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체력소모가 많은 오버스윙은 마지막라운드를 버티는데 무리를 주게 마련이다.
어쨌든 김미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10위권진입이라는 어려운 1차관문을 통과했고,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끌었다. 앞으로 김미현을 후원하겠다는 스폰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귀엽과 깜찍한 모습이 인상적이다』는 평속에 김미현이 세계골프팬들의 뇌리에 각인될 날이 멀지 않다. /김진영 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