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협력업체 설땅은 어딘가/임충규 기협중앙회 이사(여의도칼럼)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결정은 경제계를 또한번 경악케 했다.불과 6개월 사이에 발생한 한보·삼미·진로·대농에 이은 기아사태. 수많은 중소기업이 설 땅은 이제 어딘가. 기아사태가 발표되던날 한 중소협력업체 사장은 가족에게 얼마간 내 얼굴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뒤로한 채 집을 나갔다. 또 어느 협력업체 사장은 기아 일변도 납품에서 거래선의 다변화를 위해 올해 신규투자계획을 세웠으나 산산히 꿈이 무너졌다고 탄식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중소기업자들은 좌절과 체념을 곱씹으며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는 심정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업종전문화와 소유분산제도의 모범사례로 지칭되어온 기아. 자동차가 아닌 건설, 특수강 등의 부실은 결국 선단식 경영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또한번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약 2만여개로 추산되는 기아협력업체 또는 하청업체들은 당장의 운전자금과 원자재 공급 등의 긴급수혈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채권단대표자 회의가 이달말 처음 개최되는 것에 대해 협력업체들은 조바심을 더해가고 있다. 하루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특융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대책이 나오고 있으나 앞서 부도유예 적용업체에서 보았듯이 실행에 옮겨지기에는 그 강도와 시기가 매우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협력업체들이 시간을 다퉈 지원요청하는 것은 부도처리된 기아그룹 발행어음을 담보로 긴급운전자금의 지원, 기 할인어음에 대한 금융권의 환매유보, 협력업체가 발행한 어음의 원활한 할인 등이다. 또한 협력업체가 괴로워하는 은 지금까지 신용거래하던 포철대리점의 안면 바꾸기, 자재대금의 현금거래이다. 이와함께 이달에만도 부가가치세, 사업소세 납부며 의료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료 등 각종세금과 공과금이 산적해 있는 것도 이들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납세연기에도 보증보험의 보증서를 요구해 수수료 부담과 보증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아사태는 현대, 대우등 복수납품 업체들이 많아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전 중소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다. 따라서 협력업체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더 이상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업체가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기아살리기에 소비자도 앞장서고 있다. 정부는 WTO규정대로 적극개입이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채권금융기관을 직접 챙기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아그룹은 뼈를 깎는 아픔이 있다해도 거듭나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으로 중소협력업체들은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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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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