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라한 경제 성적표 IMF졸업도 빛바래

빛나는 IMF졸업장 초라한 경제 성적표 [2001년 결산]총론 21세기 첫해인 2001년이 저물고 있다. 정말 숨가쁘게 지나온 한해였다.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고 수출이 뒷걸음질 하는 등 1년 내내 내우외환에 시달려야 했다. 갈 길이 바쁜 와중에 지난 9ㆍ11 테러 사태와 아프카니스탄 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나 가슴을 졸여야 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작업은 지속됐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ㆍ금융ㆍ공공ㆍ노사부문의 4대 개혁작업도 노력에 비해 결실이 없는 답보상태를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조기 졸업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외환보유고 1,000억달러시대를 연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올 한해 동안 일어났던 국내외 이슈들을 시리즈로 결산한다. '빛나는 졸업장, 초라한 성적표.' 올해 우리 경제를 한마디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IMF 체제에서 2년 9개월이나 앞당겨 우등으로 졸업했지만 성장률ㆍ수출ㆍ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들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는 미 테러 사태를 맞으면서 급락, 정부는 콜 금리인하, 추경편성 등 비상대책을 강구해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 빛 바랜 IMF 졸업장 우리나라는 8월23일 IMF에 진 빚 중 최종 잔액 1억4,000만달러를 모두 상환, 예정보다 일찍 졸업장을 받았다. 97년 말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잃었던 경제주권을 되찾았다. IMF 조기졸업은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세계 양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가 최근 잇따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이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환란 직후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고도 9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섬으로써 외환위기에 대비한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다. 한때 924%에 달하던 유동외채 비율(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동외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0월 54.3%로 크게 떨어져 외부의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은 크게 보강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IMF 조기졸업장도 1,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도 경기침체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졌다. ◆ 초라한 성적표 경기침체는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10년의 장기호황을 마무리하고 경기급락의 쓴맛을 보고 있는 미국의 경우 꺼져가는 경기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올들어 10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또 9ㆍ11 테러 사태 이후에는 급속하게 식어가는 소비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8.8%보다 크게 떨어진 2.5%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는 미국 경기가 바닥을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2ㆍ4분기 이후인 하반기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경기침체보다 더욱 심각한 양상은 성장을 뒷받침할 원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올 10월까지 1년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으며 수출도 올 3월 이후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은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올들어 콜금리를 무려 4차례나 인하했다. ◆ 부진한 구조조정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퍼부은 공적자금 상환논란은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정부는 금융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150조원 이상의 돈을 금융기관에 수혈했으나 구조조정의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대부분 회수가 어렵다는 지적이어서 재정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은행ㆍ대한생명 등 부실 금융기관들의 처리가 난항을 겪자 외국인들은 정부의 개혁의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 하이닉스 처리는 제법 그럴듯한 진도율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중국의 등장 성장잠재력의 약화는 미래의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특히 올해에는 중국이 마침내 세계무역기구(WTO) 정식 회원으로 등록함으로써 무서운 중국 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는 몇해 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우리 경제는 올해에도 이에 대한 해답을 얻는 데 실패했다. 중국은 앞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를 더욱 빠른 속도로 추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WTO 회원국들이 새로운 라운드인 도하어젠다를 출범시켜 국제통상질서에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쌀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궁지에 몰려 있다. ◆ 업계 판도 변화 현대그룹이 해체돼 재계 판도가 급격하게 변화되고 우리금융지주회사와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등 은행권에 대형화바람이 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주식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벤처기업 사장들이 코스닥시장 붕괴로 줄줄이 후선으로 물러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경제정책측면에서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30대에서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바뀌는 등 기업규제완화가 혁신적으로 이뤄진 점은 기록할 만하다. 다른 해와 같이 정치권이 정쟁으로 얼룩져 경제정책이 번번히 정치논리에 발목이 잡히거나 왜곡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자치제선거와 대선이 몰려 있는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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