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2일] 멀리 내다보는 부동산대책을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가 적지 않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난관을 돌파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경우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현재 국내 부동산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책당국자나 지역 주민들의 반응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부동산문제는 올바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이른바 난제(難題)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새 정부의 노력과 고민도 적지 않겠지만 부동산시장에서의 기대감과 기다림의 기간도 어느새 반년을 훌쩍 넘어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서일까. 숙고의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비례해 더 좋은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희미해지고 국내외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실망감으로 전환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오래 고민한다고 해서 바람직한 해답을 반드시 찾는다는 보장도 없는 모양이다. 새 정부는 출범을 전후해 참여정부 시절과 차별화를 언급하면서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정책 기조를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가격안정을 전제로 할 때만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논리 뒤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지난 6ㆍ11 대책에서야 지방 부동산시장의 위기극복을 위한 부분적 정책을 내놓았다. 이어서 이번 8ㆍ21 대책이 다시 나온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의 최근 동향이 결코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아쉽게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나친 고민의 흔적 때문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현안들을 가지치기한 탓에 딱히 그동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이 여기저기 조금씩 포함된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뜬금없이 신도시개발 추진계획까지 들고 나와 진작부터 도심개발을 통한 공급확보에 더해 신도시개발방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던 분들마저 다소 의아해 할 정도이다. 이런 모습들이 참여정부 시절 대못을 박아 고치지 못하도록 한 그림자가 아직도 지금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지름길을 놔두고 에둘러 가도록 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찌보면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부동산규제 완화내용에 어떤 것들이 담겨졌는가보다 갑작스런 신도시 지정 및 개발추진이라는 이슈에 집중시킴으로써 부동산 부문의 규제완화와 관련한 정책적 부담으로부터 다소 벗어날 수 있는 효과는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나름대로 체면을 세웠다는 자평은 가능할지 모르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짝이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정책이라는 공공서비스도 엄연히 고객의 반응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이라는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맞혀낸 것 같지는 않다. 고객은 답답한 곳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시원하게 풀어주기를 바라는데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 국민의 절실한 기대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주택공급의 주요 수단으로 도심개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도시 공급을 병행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선회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 도심개발을 근간으로 하되 신도시 개발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러한 정책선회가 부동산시장의 정상적 기능회복을 위한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해 이뤄지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평가와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구색맞추기 또는 시장반응에 따라 찔끔 내던지는 식의 정책추진은 부동산시장에서의 갈증을 더하게 만들 뿐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은 물론이고 오히려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행동패턴을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자신의 정책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망설이거나 주저할 때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시장 참여자들로 인해 필연적으로 찬반양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윈-윈(WIN-WIN)의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되 원칙에 충실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해법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나 부작용으로 또다시 소용돌이에 말릴까 봐 그 실천이 두려운 것뿐이다. 정책당국도 반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자칫 얽힌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시기를 놓쳐 부동산시장이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 끝자락에는 언제나처럼 국민의 부담만이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국내 부동산시장도 환절기를 잘 극복해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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