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달러 환율 970원대로 곤두박질

李한은총재 "환율급등은 일시적 현상" 언급에 매물 쏟아져


원·달러 환율 970원대로 곤두박질 李한은총재 "환율급등은 일시적 현상" 언급에 매물 쏟아져타이밍 적절했다지만…시장혼선 책임은 누가? 홍준석기자 외환시장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쇼크에 빠졌다. 이 총재가 이날 공개적으로 "최근 환율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단기고점을 찍은 듯한 뉘앙스를 전하자 매물이 속출하며 원ㆍ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97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의 잇따른 '강한 환율' 취지의 발언에 힘입어 환율이 급등한 뒤 이 총재의 발언으로 급락하는 등 책임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율이 춤을 추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 총재 발언의 타이밍은 절묘했다. 최근 '오버슈팅'하며 폭등한 환율이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전일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우선 발언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선으로 복귀한 상황에서 나온 이 총재의 발언은 우물쭈물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환율급등의 원인이었던 ▦베어스턴스의 사실상 청산 등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국인 매도 ▦투신권 해외펀드의 환헤지용 달러매수 ▦원자재값 폭등 ▦정책당국의 환율상승 용인 스탠스 등 4대 변수가 일제히 환율하락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의 '환율발언 직격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설명이다. 베어스턴스 매각대금은 주당 2달러에서 10달러로 상향되며 미 금융경색 우려가 호전됐고 최근 60억달러어치 달러선물을 매수한 투신권의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다. 외국인은 이날 무려 5,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특히 성장드라이브를 내세웠던 정책당국도 이 대통령의 의지에 물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원자재값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이 총재의 환율하락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은 가뜩이나 팔자조짐을 보인 외환시장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며 "시점이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몰라도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지지선인 985원선이 쉽게 깨졌기 때문에 다음 지지선은 966~973원대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같은 이성태 효과에 따른 환율급락에 대해 일각에서는 '작은 집'(한은)이 '큰 집'(재정부)을 눌렀다고 분석했다. '강만수의 힘'으로 불릴 만큼 치솟던 환율이 '이성태의 힘'에 눌려 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재정부는 내심 1,100원대 진입을 바랐던 것 같고 한은은 950선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환율을 둘러싼 파워게임에서는 한은이 승기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외환당국이라는 입장에서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두 기관이 엇갈린 시그널로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부분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시장의 자율적 발전을 위해선 당국자의 '오럴 리스크'는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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