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오히려 주택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저리의 자금을 전세시장에 풀면서 매입여력이 있거나 자금부족으로 월세전환이 필요한 세입자들마저 전세시장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는 물건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월세는 수요가 없어 매물적체를 빚는 극심한 불균형이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송파구 잠실ㆍ신천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7일 이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리센츠ㆍ엘스 등 지난 2008년을 전후해 입주한 5개 단지를 합쳐 2만5,000가구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아파트단지지만 전세물건은 거의 씨가 마른 상태다. 반대로 보증부 월세는 중개업소마다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임대매물이 없는 게 아니라 '전세' 매물이 없다"며 "매물이 나오면 10채 중 9채가 월세"라고 전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치솟는 가격을 감당하고서라도 전세매물만 찾는다는 점이다. 정부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3.3%로 워낙 싼데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정책자금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해 돈 구하기가 쉬워지다 보니 굳이 값비싼 월세를 얻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잠실동 P공인 관계자는 "한달 사이 5,000만원이나 뛰었지만 전세수요가 워낙 많고 대출이라도 받아서 내겠다고 하니 집주인이 배짱 있게 전셋값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시가지7단지 아파트 66㎡의 전셋값도 올 들어서만 5,000만원가량 올랐다. 2,550가구의 대단지임에도 물건이 없어 수요자들이 대기번호표를 받을 정도지만 월세매물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전월세시장의 이 같은 미스매치는 높은 월세부담 탓이 크지만 이처럼 너무 쉬운 전세자금 대출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0년에만 해도 12조8,000억원이었던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23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3월 말에는 24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316조9,000억원이던 주택담보대출이 3월 말 314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세대출 혜택을 줄이고 구입자금 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