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국적 제약사, "약 사려면 현금 갖고와라" 횡포

다국적 제약사, "약 사려면 현금 갖고와라" 횡포동네약국 약 못구해 전전긍긍 동네약국들이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의 『현금결제를 해야만 약을 준다』는 횡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 2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문제됐던 「약 없는 현상」이 많이 완화됐으나 일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횡포로 약 없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로변 중소약국이나 주택가에 위치한 동네약국들의 경우 약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약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병·의원의 처방전이 상대적으로 많아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다국적 회사들이 약품 공급조건으로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있어 동네약국과 대로변 약국들이 처방약 확보가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대부분 거점 도매상을 통해 약을 공급하면서 그동안 계속해오던 거래관행을 무시, 약품대금으로 현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약국들은 『보험의약품 대금이 청구한 뒤 2~3개월이 지나야 나올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다국적 제약사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계동 소재 K약국은 『1,000여종의 처방약을 갖추는데 3,000만원 이상이 들었다』고 말하고 『돈이 없어 막막한데 현금을 주고 약을 구입해 외상으로 판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관행대로 약을 구입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처방이 얼마나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국적 회사들의 고가약을 현금 주고 구비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동네약국들은 또한 근처 병·의원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행되는 처방전의 경우 종종 약이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대로변 약국도 마찬가지. 서울 상계동 대로변에 위치한 C약국은 약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출퇴근 하는 환자들이 인근 병의원의 처방전이 아닌 처방전을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처방약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약국의 약사는 『일부 국내 제약회사들이 반품을 우려해 아직도 중소약국에는 약 공급을 꺼리는 이른바 몸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하고 『자금이 달리는 일부 중소형 약국들은 오는 9월부터 처방전 수용이 어려워지는 중소형 약국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약국과 조제전문 체인약국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횡포에 어느 정도 대응, 비교적 처방약을 잘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 소재 대형약국 N약국 관계자는 『의료계가 폐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루 20여건 정도가 약이 없었지만 대부분 품절되거나 희귀약 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상황을 전하고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보험의약품 대금지급이 예초 약속한대로 한달안에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병원앞에 위치한 조제전문 S약국은 『체인본사에서 약 공급을 도맏아 처리해주기 때문에 약이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하고 『그러나 인근 병원의 처방전이 아닌 경우는 처방약이 없는 때가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의약품 대금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보험약값의 조기지급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의약분업이 제궤도에 이르면 약 없는 현상이 많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현기자TH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15 18:3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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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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