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권 단기채무 '눈덩이'

글로벌신용경색으로 돈줄 막히자 해외CP등 발행 늘어<br>2006년 장기채무 추월후 급증… 환란직전과 '닮은꼴'<br>"단기 자금시장 급격 위축땐 외화유동성 위기 올수도"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글로벌 본드 발행이 막히면서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해외 단기채무(1년 이하)가 지난 2006년 초부터 장기채무를 앞지르며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에 따른 국제자금시장 불안으로 국내 은행의 중장기 해외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해외 기업어음(CP) 등 단기채무가 갈수로 늘어나고 있어 단기자금시장마저 경색될 경우 심각한 외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단기채무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ㆍ4분기 472억달러를 고점으로 급감하기 시작해 이후 2005년 말까지 장기채무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2006년 1ㆍ4분기 330억달러로 장기채무 315억달러를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내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단기채무는 2008년 6월 말 현재 660억달러로 장기채무 610억달러보다 50억달러가량 많다. 은행권은 현재도 만기 도래 해외 장기채권의 차환을 위해 단기 해외 CP 등 단기물을 집중 발행하고 있어 이 같은 해외 부채의 단기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은행 부문을 제외한 증권ㆍ보험 등 2금융권과 민간 기업의 해외 채무구조는 1년을 초과하는 장기 채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대조를 보이고 있다. 2금융권의 장기채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줄곧 단기채무를 앞지르며 올 6월 말 현재 장기채무가 203억달러인 반면 단기채무 76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비금융 민간기업도 6월 말 현재 장기채무가 970억달러로 단기채무 117억달러보다 853억달러나 많다. 최근 몇년간 은행의 단기채무가 장기채무보다 많아지고 있는 것은 IMF 환란 직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은행의 단기채무가 장기채무보다 많아지다가 급격히 해외 단기 자금이 회수되며 외환위기를 맞은 바 있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비교적 넉넉하고 국내 문제가 아닌 해외발 금융위기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이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 자칫 달러 단기자금시장마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외화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도 2006년 1ㆍ4분기 1,303억달러를 고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6월 말 27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올들어 통화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수백억달러를 시장에 내다팔면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외국인이 무차별적으로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9월말 에는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단순한 장ㆍ단기 채무 비율 등 수치로만 보면 유동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기채무 급증의 내용을 보면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6년부터 급격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늘어난 것은 조선업체와 해외펀드의 선물환 매도와 이를 헤지하기 위한 은행권의 단기 달러 차입이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며 "이 같은 단기채무는 향후 수출대금이 들어오고 펀드환매가 되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에 일반 채무와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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