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공공요금 통제에 시장 멍든다

2부. 경제정책에 합리성을 입혀라 <6>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게 하라<br>30년간 물가 254% 뛰었는데 전기료는 29% 인상 그쳐 <br>정부 물가 관리하겠다며 독과점 공기업 통해 관리<br>시장 왜곡에 각종 부작용… 수요·공급 원리 복구해야


민간 업체들이 독과점을 통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겠다며 독과점 공기업을 통해 공공요금을 너무 낮게 통제하고 있는 것도 시장을 왜곡시키고 각종 부작용을 불러온다.

'보이지 않는 손'이 너무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으면 어느 시장에서든 반드시 폐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요금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1년까지 소비자물가가 254%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29.9%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 대비 전기요금 실질 인상률은 -63.3%다.

이 같은 낮은 전기요금은 결국 에너지 수요의 왜곡을 불러왔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03년 825만㎾에 불과했던 전기난방 부하가 2011년 1,631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가스나 등유난로가 자취를 감추고 전기 난방기 보급이 급증한 탓이다. 늘어난 수요는 결국 전력난을 촉발시켰고 2011년 9월 블랙아웃 사태까지 이어졌다.


전력난이 심화되며 정부와 사회가 지출하는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정부는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수요관리예산에만 3,116억원을 배정했다. 이 기금은 대부분 전기를 절약할 여지가 큰 대기업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며 원자력발전소를 늘리다 보니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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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연료비도 반영하지 않고 가스요금을 통제하면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5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달아놓은 외상 장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스공사는 부실화 직전까지 갔고 미수금이 회계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손실로 처리될 위기에 놓이자 정부는 올해 부랴부랴 연료비 연동제를 복구시켰다.

정부 내에서도 이 같은 공공서비스 통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상당하다. 당장 소비자 물가를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어느 순간에서는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국내 41개 대형 공공기관의 2011년 기준 부채 규모는 무려 444조원, 올해 결산 결과가 나오는 지난해 말 부채 규모는 5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실상 나라의 빚이나 다름 없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현 세대가 너무 싼 요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억제했던 요금을 문제가 생길 때에 한꺼번에 올리려다 보니 막상 요금 인상시기에는 더 큰 저항을 받게 되고 선거철에는 아예 요금인상을 시도할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물가관리를 맡고 있는 재정부의 성과주의식 접근을 문제 삼기도 한다. 재정부 차관보에서 경제정책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물가 라인'이 보통 1~2년에 한번씩 교체되는데 물가지수에 목을 매다 보니 재임기간 대부분 공공요금 인상을 무리하게 억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 서비스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공공요금에서 수납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 수요과 공급의 원리를 복구시켜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아닌 공공요금을 통해 물가를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후진국적인 행정"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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