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형 제네시스 특명 "유럽 마의 벽 뚫어라"

도요타 등 日업체 4% 안팎 현지 업체들도 5~6% 그쳐<br>현대차 2017년 5%대 목표 벤츠·BMW와 비교시승 등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승부



1980년대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대표 주자인 도요타와 닛산이 야심차게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린 시기였다. 가볍고 저렴한 일본 차는 금세 유럽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유럽인들의 마음을 아주 사로잡진 못했다. 슈퍼카 출시와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요타ㆍ닛산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4% 안팎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보다 늦게 유럽 시장에 진입한 현대차가 ‘4%의 벽’을 목전에 두고 긴장하는 이유다.

3일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로 유럽 시장 점유율 4%를 넘기 위해 비교시승·프리미엄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와 벤츠 E300, BMW5시리즈, i30와 폭스바겐 골프, 쏘나타와 도요타 골프를 비교시승할 기회를 마련했던 것처럼 유럽에서도 현지 소비자들이 신형 제네시스와 벤츠 E300, BMW5시리즈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앞서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기 전 국내에서 구형 제네시스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소유주들을 모집, 신형 제네시스와의 비교시승 평가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자신감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유럽판매법인(HME)은 오는 2017년까지 유럽 시장 점유율을 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유럽 점유율은 3.4%였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년째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같은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지 고민했지만 아직까지는 새로 만들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신형 제네시스의 할인판매 등은 자제하고 현대차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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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유럽에서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현대차의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미다.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대형 세단 차종이다.

이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는 다른 전략을 택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전례를 따라봐야 4%조차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통계에 따르면 도요타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께 한 때 5%대를 넘어섰을 뿐 3%를 넘어선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렉서스의 판매량까지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닛산은 아예 4%를 넘어선 적이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고 LFA(렉서스), GT-R(닛산) 등 슈퍼카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 특히 유럽 시장의 벽을 뚫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유럽 시장의 벽이 만만찮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이상 따라갈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현대차만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형 제네시스를 개발하면서 특히 주행감(R&H·Ride and handling)에 공을 들인 것도 유럽 시장을 염두에 둔 탓이 크다. 신형 제네시스는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단단한 주행감'을 갖추고 있다.

한편 유럽 자동차 시장은 폭스바겐을 제외한 현지 자동차 브랜드조차도 점유율이 5~6%대에 불과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ACEA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시장(총 31개국 기준) 점유율은 폭스바겐이 12.8%, 포드 7.6%, 오펠(GM의 유럽 브랜드) 6.7%, 르노 6.5%, 푸조 6.3%, 아우디 5.6%, 시트로엥 5.4%, BMW 5.1%, 벤츠 4.8%, 피아트 4.6%, 도요타 4.1%, 닛산 3.5%, 현대차 3.4%, 기아차 2.7%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십수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각축하는 치열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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