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이제야 바뀌다니...”
이화여대 사범대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56년 결혼과 함께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정정자68)씨. 그는 학교 측이 `금혼학칙`으로 자퇴했던 학생들에게 재입학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하얀전쟁`, `남부군`등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의 큰 누나이기도 한 정씨는 대학시절 국민학교 은사 소개로 남편 김갑순(69) 씨를 만났다. 당시 김씨의 어머니가 워낙 연로했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그녀는 “졸업생이 아니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동기생들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고 어릴적부터 그려왔던 교육자의 꿈을 접었던 일도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6년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각종특설강좌에 다니며 못 배운 한을 달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조혼풍습으로부터 여성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46년 이대에 `금혼학칙`이 제정된 이래 제적당한 학생은 총 12명.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해마다 `개인사유`로 자퇴한 이들 중에서도 결혼이 사유가 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학교 측은 추정한다.
그러나 이번 학칙개정으로 실질적인 구제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금혼학칙에 의거해 제적된 사례는 1993년이 마지막으로 지난 10여년간 한 건도 없는데다 대부분 정씨처럼 나이가 많거나 중장년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대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재 입학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이라도 구제가 된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