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경제회생은 새 천년의 희망

사람들은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면 언제나 보내는 한해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한해에 대한 기대와 각오로 얼마간은 진중해지고 또 들뜨게 된다. 하물며 20세기를 보내고 21세기를 맞는 데다가 2000년대라는 새로운 천년을 맞게되는 요즘은 그 설레임이 아무리 크다한들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필자 역시 여느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로 그러한 설레임을 갖고 있다.그런데 요즘 우리네 주변사정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설레임 보다는 보내는 한해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근심이 더해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새해, 새천년을 희망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갈등과 대립이 계속되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가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치권은 그러한 불안감의 많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치권은 금세기와 1999년 한 해를 거의 대부분 그들만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지새우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제목만을 나열해보자. 「검찰항명파동사건」 「파업유도발언사건」「감청·도청논란」 「언론문건파동과 폭로정국」, 그리고 몇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조사와 관련자들의 어지럽기만 한 말과 행동등…. 이러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졌던 금년 한해는 필자로서는 정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해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갑론을박되는 문제들은 분명 시시비비를 가려 바로 잡고 제도적 개선을 하여야 하며, 또한 위증과 조작 그리고 권력의 부당한 사용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국민들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주는 것은 그것이 정치권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대립과 갈등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비화되고 그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들을 방기하는 데 있다. 권력 주변의 스캔들과 자충수는 언제나 여야간의 비생산적인 지루한 정쟁으로 비화된다. 일단 그러한 사건이 터지게 되면 오랜 시간 여야관계는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게 되고 수많은 중요한 국정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나라전체를 혼란과 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든다. 금융·산업·공공·노동부문의 구조조정의 성과 없이는 경쟁력있는 경제사회구조를 구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무한경쟁시대에 나라경제의 미래도 없다. 스캔들과 몇몇 사건들, 여야간의 맞대결로 인한 소모적 정쟁은 새천년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인 구조조정과 개혁을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그것을 지연시키고 무산시키는 너무나도 큰 과오를 범하고 있다. 일례로 「조폐공사 파업유도발언사건」과 초기의 미숙한 진상규명 그리고 여야간의 정쟁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최근 느끼는 우리들의 불안감은 스캔들과 멈추지 않는 정치권의 정쟁으로 말미암은 구조조정과 개혁의 차질 그리고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우리 사회의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짜증스러운 정치권의 책임방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의 경제회생의 성과는 새천년을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우리들의 희생과 노력은 무너졌던 경제를 정말 기적과도 같이 회복시켰다. 물론 극복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가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이다. 그러한 회복세는 새천년에도 지속될 것이고 우리가 바라던 선진 경제구조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자신감을 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새천년의 분명한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아직도 달러부족으로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중소기업·대기업 할 것없이 대량부도사태가 계속되고, 실업자가 수백만으로 늘고 있다면 무슨 희망을 갖고 새천년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인가. IMF구제금융으로 대변된 국가위기를 극복해가는 시점에서 그리고 새로운 천년에 새로운 국가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그간의 경제회생의 성과를 근거로 구조조정과 개혁을 완결해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여권은 실책으로 인해 국정을 혼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국정운영에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야권은 반사이익에만 집착한 스캔들사건에 대한 지루한 공세나 저급한 폭로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는 대립과 갈등의 여야관계를 청산하고, 견제하고 협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여전히 정치권은 우리사회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천년를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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