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유럽계 대형 은행들이 현지의 재정ㆍ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지주회사와의 제휴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BNP파리바는 한국과 중국시장을 중요시 한다"며 "BNP파리바 측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지난 9월에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때도 BNP파리바 최고경영진을 만나 계속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자고 했다"며 "BNP파리바가 해외 자산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지만 그리스 관련 익스포저가 0.03% 수준이어서 이탈리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경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곤란을 겪는 BNP파리바가 최악의 경우 신한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었다. BNP파리바는 신한금융지주의 2대 주주로 지분 6.35%를 갖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떨어뜨렸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국가 등급하락시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ING은행이 2대 주주(5.02%)로 올라 있는 KB금융도 당분간 ING와의 우호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ING은행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네덜란드 정부에서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70억유로를 상환한 상태로 내년 5월까지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구제금융 상환용으로 ING가 KB 지분을 팔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ING 측이 구제금융 상환 때문에 떠날까 걱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분간 제휴관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의 관계자는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어 ING와의 제휴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계 은행들이 외우내환에도 국내 금융지주사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중국 시장 진출 발판으로서의 한국의 매력도가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과 KB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 주가도 고점 대비 30~40% 정도 하락한 상황이어서 매각 요인이 적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유럽계 은행들이 재정위기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금융지주사와의 제휴 관계를 처분하는 것이 근본 치유책은 아니다"며 "아시아 시장 확대 정책 등을 감안하면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