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대해 정부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해 한국 투자가 늘고 국가신용등급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들어 팔자 일변도였던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고 외평채 가산금리가 사상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시장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의 한 관계자는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을 뿐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같이 확실한 재료는 없다”며 “시장에 형성된 성급한 기대가 자칫 실망과 부작용을 낳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시각변화, 어디까지=12일에는 블룸버그의 한 보고서가 시장을 흥분시켰다. `한국경제가 신뢰성을 확보하며 세계 최고의 위치로 성장할 것이라는 비전을 간과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은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게 주요내용.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변한다는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지역 시장에 대한 전문 칼럼리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투명성 부문에서 전세계 40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이 대통령의 약속대로 20위권에 올라선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년 내에 한국에 대한 투자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한국이 정치ㆍ경제적인 곤경에 처할 때마다 우호적인 내용의 칼럼을 써온 페섹의 전망이 한국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외국인투자자보다도 한국인들이 더 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주로 미국쪽에서 나오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투자자들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신용등급 상향조정될까=관심의 초점은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 여부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다는 기대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상향조정요인도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더 떨어질 재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아시아권 전체를 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위험지역으로 묶어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여전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스로 인한 수출차질과 노사분규가 새로운 악재로 평가될 수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전망하는 데 등급 자체가 아니라 등급 전망이 올라가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등급 자체의 조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돼 있는 등급 전망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정확한 것은 신용등급이나 전망의 상향조정보다는 평가 자체가 `유보`됐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피치의 방한이 6월초로 한달 가량 연기된 이유에는 한국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방미로 한미공조 체계 복원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기다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