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영웅전] 중국의 창호 제2보(11~28)
창하오는 25세, 조훈현은 48세. 창하오는 조훈현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처음으로 공식 대국을 가진 것은 1995년 여름의 제2회 롯데배 한중대항전. 그때 조훈현은 백으로 간단히 창하오를 꺾고서 말했다.
“침착하고 유장한 맛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덜 여문 것 같다.”
그 무렵 창하오는 6소룡의 선두 주자로 스승 녜웨이핑의 사랑과 격려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중국의 팬들은 ‘한국에 이창호가 있다면 우리에겐 중국의 창호인 창하오가 있다’고 즐거워했다. 희한하게도 이창호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읽으면 창하오였던 것이다.
흑11은 실리로 승부하겠다는 선언. 보통은 가에 머리를 내밀고 보는 것인데 그것이면 백은 나에 붙여 귀를 차지하게 된다. 백14는 공방의 요소. 흑15를 선수로 당하는 것이 괴롭긴 하지만 조훈현은 소소한 실리보다 공방의 주도권을 기약하고 있다.
흑27은 실착. 참고도의 흑1로 힘차게 미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목진석의 지적이 있었다. 백2면 3으로 하나 끊어놓고 다시 5, 7로 밀어붙인다. 이 코스는 백을 우변에 편재시키면서 중원의 주도권을 흑이 확실하게 휘어잡는 길이었다. /노승일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05-16 17:17